'DTI 완화' 20~30대에 물어보니 "누굴…" 발끈, 왜?

'DTI 완화' 20~30대에 물어보니 "누굴…" 발끈, 왜?

신희은 기자
2012.07.27 15:51

신혼부부들 "하우스푸어 만들려고?… 요즘은 전세가 '대세'"

"무리한 투자로 하우스푸어 되는 걸 보고도 우리더러 집을 사라고요? 우린 은행에 매달 이자 물면서 '가계빚 돌려막기'에 동원되고 싶지 않아요."

신혼집 마련에 동분서주하는 20~30대는 부동산 거래활성화를 위해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직장 있는 젊은 층에 한해 완화해 주겠다는 정부정책에 이렇게 반응했다.

소위 '번듯한 직장'을 가진 젊은이들은 "돈 있는 사람도 안 나서는 침체기에 빚내서 집을 사라는 것이냐"며 "이자를 대폭 낮춰주거나 천천히 갚을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니라면 우리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입을 모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DTI 일부 완화 정책이 주택거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지만, 젊은이들은 "효과도 없고 우리가 원하는 것과는 괴리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신혼부부 "요즘은 전세가 '대세', 수억 대출 싫어요"

오는 11월 결혼을 앞둔 김유미(가명·29세), 박진석(가명·34세)씨 커플은 얼마 전 지인들과 모임을 가졌다.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의 커플 다섯 쌍이 모였다. 화두는 결혼식, 신혼여행에서 어느 덧 신혼집 마련으로 옮아갔다.

이들 예비 신혼부부 5쌍 중 1쌍만이 서울 역세권에 아파트를 샀다. 나머지는 저축과 부모님의 지원, 대출을 합해 서울 은평, 강서, 강동, 노원구 일대에 중소형 아파트나 빌라전세를 계약했다. 대부분 대기업, 은행, 공공기관에 다니고 있지만 사원, 대리급이라 1~2억 원 이상의 대출 없이 내 집 마련은 '그림의 떡'이다.

역세권에 25평형대 아파트를 매수한 이영미(가명·30세), 정민수(가명·32세) 커플은 정씨가 전문직인 데다 조만간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에 나설 예정이라 최대한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둘 필요가 있었다. 장기거주나 투자목적은 아니었다.

나머지 커플들은 "수억 원을 대출받아 집을 산다고 해도 변두리, 작은 평수일 텐데 아이를 낳고 계속 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주택이 투자가치도 없을 뿐더러 매월 은행에 원리금을 갚으면서 빠듯하게 살고 싶지도 않아 전세를 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혼집을 물색하면서 아이를 기르기 괜찮은 동네에 작은 집이라도 마련해 이사걱정 없이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며 "DTI 규제완화해서 빚을 더 내라고 하지 말고 저리 전세대출이나 장기임대주택이나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행권 "미래소득? 뭘 믿고 대출해주나요?"

은행도 젊은층에 DTI 규제를 완화해 주는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져 부동산 거래의 숨통을 틔워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전략사업팀장은 "은행 입장에서 대출해주려면 담보가 있어야 하는데 젊은층이 지금은 안정적인 직장이 있다고 하지만 미래에 소득이 줄어들지, 직장을 잃을지 알 수 없는 것"이라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도 미래수요를 감안한 것이었지만 결국 부실로 이어진 것처럼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위험)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시장 침체로 대출까지 받아서 집을 사려는 수요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집을 사려고 하는데 1000만~3000만 원 정도가 부족한 일부 젊은층에게 금리인하 효과와 맞물려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학계 "가계부채 딜레마 이해하지만 때늦은 정책"

정책 수혜자, 은행뿐 아니라 시장, 학계도 DTI 일부완화 정책을 환영하지 않는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정책이 나온들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함명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가계부채 우려 때문에 DTI를 풀지 못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는 건 이해하지만 이번 정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한시적으로라도 거래를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이라면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그대로 두고 DTI를 1가구 1주택, 무주택자들에 한해 2년가량 전면 완화하는 등 공격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겠지만 지금은 젊은층은 아직 빚이 별로 없으니 빚 좀 져도 된다는 것밖에 안된다"며 "주택이 투자에서 거주 목적으로 옮아가고 있는 과도기에 단기적으로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도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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