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저생계비·임대주택 표준가구 4인→1인 변경 추진

가장 대표적인 가구의 형태였던 4인 가구가 붕괴되고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세워진 각종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1인 가구로 그 중심축을 옮겨가는 작업을 추진한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와 전문가들이 최저생계비 결정을 위한 표준가구를 현행 4인 가구에서 1인 가구로 변경하기 위해 사전 연구를 진행 중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은 "만혼, 이혼, 독거노인 등 1인 가구의 삶의 형태가 제각기 다르고 소득수준과 소비 성향, 주거환경 등을 모두 고려해 최저생계비를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 조사 작업이 복잡하고 어렵다"며 "중장기적인 정책으로 삼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생계비란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을 말한다. 최저생계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일반국민의 소득·지출수준과 수급권자의 생활실태, 물가수준 등을 고려해 매년 12월1일까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저생계비를 결정·공표한다.
올해 서울시의 1인 가구 수(85만4606가구)는 4인 가구 수(80만7836가구)를 앞질렀다. 고령화 심화, 초혼 연령 상승, 독신 및 이혼 증가 등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추세로 볼 때 1인 가구의 증가 속도는 앞으로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5년 전국 모든 시도에서 1인가구가 가장 많아져 전체가구의 34.3%를 차지할 전망이다.
최저생계비 제도 외에 1인 가구 변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정책으로 꼽히는 소형임대주택 해결에 대해서도 정부가 고심 중에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주택 수급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고 4인 기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1인, 2인 가구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고 있다"며 "복지부의 움직임에 맞춰 기초생활 수급자 등 저소득층에게 공급되는 임대주택 기준도 4인 기준에서 1인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준 변경하면 적지 않은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는 "1인 기준으로 바뀌면 부양의무자 제한 등으로 인해 최저생계비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가구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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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가 중요한 사회변화로 부각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기준변경이 예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그에 걸맞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가족 형태의 변화에 보조를 맞출 수 있는 복지정책을 내놓지 못했던 정부가 최저생계비 표준가구를 4인에서 1인으로 변경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미 선진국들은 1인, 2인 가구시대 진입을 상정하고 그에 맞는 복지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며 "기준 변경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실무적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춘 복지정책을 펼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기준 변경이 오히려 가족이나 공동체 해체를 더욱 앞당길 수 있는 만큼 적절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