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첫 국감 "낙제"… 정쟁·호통·권력남용 '얼룩'

19대 첫 국감 "낙제"… 정쟁·호통·권력남용 '얼룩'

김경환 기자
2012.10.25 05:21

대선 앞두고 열려 정치국감으로 변질… 보여주기식 증인 남발, 구태 재연

"한마디로 모니터단에 소속된 대학생들의 19대 국회 첫 번째 국정감사에 대한 평가는 '대실망'이었습니다. 여야 유력 대통령 후보 3인을 둘러싼 공방전으로 변질돼 행정부를 감시하는 본업은 뒷전으로 밀린 그야말로 민생을 떠난 정치국감이란 평가가 대세입니다."

19대 국회 들어 처음 이뤄진 국정감사가 24일 마감된 가운데 이번 국감을 전반적으로 분석했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의 김기린 정치팀장은 "역대최악"이라고 혹평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2003년부터 매년 국감을 전후해 대학생 80여 명으로 구성된 바른사회 의정모니터단을 운영하면서 국감과 의정활동을 감시해오고 있다.

그는 "이번 국감은 본래 목표인 행정부에 대한 감시는 이뤄지지 않고 NLL(북방한계선), 정수장학회 등 대선 이슈에만 매몰돼 국감 실적을 평가하기 조차 어려운 수준자이라며 "실제로 대학생 모니터단 대부분이 '현장에서 보니 의원들의 무위도식이 생각보다 심각해 보고서에 기록할 내용이 아무것도 없어 황당하다'란 반응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별도로 국감을 분석했던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역시 최근 발표한 중간평가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D학점'을 줬다. 모니터단은 전국 270여 개 시민단체에서 1000여 명의 회원이 국감 분석에 참여했다.

모니터단은 실망스러운 사례로 △증인채택, 증인불출석 문제로 원활한 국정감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자리비우기, 중복질의 등 고질적인 폐해가 재연됐다고 지적했다. 잘하는 상임위로 지경위, 농식품위 등 2개를 꼽았지만 분발해야 할 상임위로는 행안위와 문방위, 기재위, 교과위 등 다수의 위원회를 선정했다.

시민단체들의 지적처럼 올해 국감은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에 열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여야 간 공방이 펼쳐졌고, 결국 정치국감으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이사장을 맡았던 정수장학회 논란(문방위, 교과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임 논란(법사위)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의혹(정무위) 대선후보들의 소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국감은 대선을 앞두고 열렸다는 점에서 정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었다"며 "문제는 정치권이 파행을 거듭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돼 정치에 대한 불신과 염증만 강화됐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창선 정치평론가도 "대중들이 올해 국감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주요 현안이 다뤄지지 못해 어느 해 보다 부실했던 것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정감사란 게 행정부나 산하기관을 감시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지나치게 대선 후보들에 대한 정치적 공방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국감 본연의 역할에서 이탈했다"고 덧붙였다.

권위주의에 빠진 국회가 기업 CEO(최고경영자) 등 현안과 별 관계가 없는 증인 출석을 남발하고 정작 출석한 증인에게는 호통을 치는 등 권력 남용과 구태가 재연됐다는 비판도 있다.

일례로 정무위원회는 여야 합의를 통해 32명의 증인을 요청했는데, 이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6명이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국회는 불참 증인들에 대해 동행명령은 물론 고발조치까지 취하겠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출석한 26명의 증인 중 질의를 받은 CEO는 이형희 SKT부사장, 소진세 세븐일레븐 대표 등 14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2명은 한마디 질문도 받지 못하고, 하루 종일 국감장만 지키다 돌아가야 했다.

황인철 경영자총연맹 본부장은 "국정감사는 정부살림과 국정을 감사하는 것 인 만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기업인들을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기업의 CEO라면 연세도 많고 그 분야에서 존경받는 분들인데 국회의원들은 이들에게 정당한 답변 기회를 주지도 않고 마치 어린애나 죄수 다루듯 한다"고 비판했다.

김 팀장도 "의원들이 국감 기간 중 기업인 증인출석을 남발하기 때문에 권위가 떨어지고 출석하지 않아도 문제없다는 분위기까지 있다"며 "지금과 같은 국감이 계속된다면 결국 국감 무용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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