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이란 대사관 대규모 시위에 화들짝..채권단에 "대우일렉 계약금 반환" 요청

정부와 대우일렉 채권단이 이란의 엔텍합그룹에 대우일렉 매각 계약금을 반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란에서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양국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자칫 이란과의 교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게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다른 인수합병(M&A) 건에 좋지 않은 사례를 남길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5일 정부와 대우일렉 채권단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등 정부 부처와 자산관리공사(캠코),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1일 회의를 열고 엔텍합그룹으로 받은 대우일렉 인수 이행보증금 578억원의 반환 문제를 논의했다.
엔텍합그룹은 2010년 11월 대우일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지난해 5월 계약을 해지 당했다. 채권단은 계약 해지 후 엔텍합이 낸 계약금 578억원을 몰취했다. 엔텍합은 미국의 금융제재로 인해 인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만큼 채권단의 조치는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채권단은 계약금을 전액 반환하되, 엔텍합으로부터 대우일렉 외상금 3000만 달러(약 320억원)를 받으라는 내용의 조정권고안을 제시했지만 채권단이 거부, 현재까지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란에서 지난달 21일 엔텍합그룹 전현직 직원 1000여명이 한국 대사관에 몰려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정부가 서둘러 중재에 나선 것.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이 문제가 이란과의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경우 앞으로 이란과의 교역에 상당한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란 한국 대사관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채권단이 최종 결정하겠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국익을 위해 (계약금을)돌려주도록 채권단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엔텍합 측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시위를 계속하는 것은 물론 한국 상품 불매 운동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정부로서는 이란이 한국의 중요한 교역 상대인만큼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은 이란의 3대 수입국 중 하나인데다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입 의존도도 높다. 핵문제 때문에 미국이 이란에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어떻게든 이란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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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엔텍합이 이란 내에서는 중요한 기업이어서 여론이 악화될 경우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감정이 나빠질 수 있다"며 "채권단이 대우일렉 이행보증금 반환 문제를 너무 오래 끌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채권단이 계약금 반환 소송을 조속히 끝내 줄 것을 요청했다. 엔텍합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오는 15일 법원에서 또 한 차례의 중재가 예정돼 있어 이를 계기로 소송을 끝내자는 것.
정부가 채권단을 사실상 압박하고 나섬에 따라 채권단이 법원의 중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대우일렉의 최대주주는 정부 산하 기관인 캠코이며 주채권은행은 우리은행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15일 법원의 중재 이후 반환 여부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하지만 앞으로 M&A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채권단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던 한화그룹, 현대건설 인수에 나섰던 현대그룹, 쌍용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동국제강 등이 계약 해지로 계약금을 채권단에 몰취당해 반환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우일렉 M&A는 국제적 문제인데다 법원에서도 중재안을 내놓은 만큼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