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밀양… 주민들 "온몸으로 막는다"

'일촉즉발' 밀양… 주민들 "온몸으로 막는다"

밀양(경남)= 김평화 기자, 유영호, 정진우
2013.10.01 18:15
송전선로 공사를 하루 앞둔 1일 오후 밀양, 반대주민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김평화 기자
송전선로 공사를 하루 앞둔 1일 오후 밀양, 반대주민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김평화 기자

송전선로 공사 재개를 하루 앞둔 1일 오후 경남 밀양엔 전운이 감돌고 있다. 1차선 도로 갓길엔 경찰 버스들이 수십대 늘어섰다. 긴급 투입된 한전 직원들은 건설 현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대 주민들은 경운기와 트랙터를 동원해 통행로를 차단하고 한전의 공사재개를 온몸으로 막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지역 건설이 완료되지 않은 52개 송전탑 중 5개에 대해 건설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한전과 반대 주민들은 각각 '결전의 날'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2일 공사가 재개되는 84, 89번 송전탑이 있는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는 주민들의 출입이 원천봉쇄됐다. 건설현장까지는 산비탈을 4km 올라가야 하는데, 200여명의 경찰 병력이 입구를 막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반대주민들은 1일 오전 8시쯤부터 입구를 봉쇄했고 이날 밤새 교대근무를 하면서 입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력이 투입된 곳은 5곳이다. 공사가 재개되는 단장면 84, 89, 95번과 상동면 109번, 부북면 126번 송전탑에만 경찰력이 투입됐다. 현재 경찰 13개 중대 1200여 명이 배치됐고, 공사재개 시점까지 19개 중대가 추가 투입돼 총 32개 중대 3000여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공사가 바로 시작되지 않는 곳까지 지키고 있다.

밀양 부북면 127, 128, 129번 송전탑으로 가는 길목(평밭마을)도 차단됐다. 주민들은 입구에 밧줄을 거미줄처럼 걸고 통행을 막아섰다. 목줄도 여러 개 매달려 있었다. 주민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 주민은 "한전 직원들의 접근을 막아 공사 재개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밀양 시장이 공약 때는 목숨 걸고 철탑을 막겠다고 하더니 변했다"며 "우리가 직접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전력당국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경남 밀양 765㎸ 송전탑 공사 재개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인근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 여름 전력수급과 관련해서 불만과 피로감이 많은 상황에서 내년 여름에도 이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밀양 765㎸ 송전탑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밀양 765㎸ 송전탑 공사를 마무리하는데 8개월 정도 걸리는데, 지금 시작해야 내년 여름전에 공사를 끝내고 여름 전력수급대책에 신고리 3, 4호기(각 140만㎾)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당국으로선 어쩔수 없는 선택이란 얘기다.

한 차관은 밀양 주민들과의 송전탑 건설 합의에 대해 "협상대상 30개 마을 중 6개는 개별보상에 완전 합의했다"며 "12개 마을은 협의는 됐는데 아직 합의서 작성이 안됐고 나머지는 12개 마을은 협의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일단 공사를 재개하되 협의가 안 된 12개 마을을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며 "아픔이 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공사 재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한전, 주민 대표, 밀양시와 함께 '밀양 송전탑 갈등 해결을 위한 특별지원협의회'를 구성하고 주민들에 보상안을 제시했다. 이후 지난달 11일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는 송전탑 건설에 따른 보상액 40억원 증액, 개별가구당 평균 400만원 지원 등 구체적인 보상안에 합의했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도 이날 오전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공사재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 사장은 "밀양 송전탑건설 공사에 따른 갈등을 이제는 끝내야 할 때다"며 "전문가협의체도 40일간 진행했고 지난 8년간 정말 셀 수 없는 협의와 협상, 대담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 여름 우리가 얼마나 전력난 때문에 고생했나. 그점에 대해 한전 사장으로서 송구스럽지만, 신고리 3,4호기가 이 전력난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돼야 하는데 더이상 공사기간 늦출 여유가 없다"고 호소했다.

조 사장은 공사재개와 관련, 주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다짐했다. 그는 "가급적 주민들을 공사현장으로부터 차단하고 공사기간 중에도 펜스를 설치한다든지 해서 접촉을 최대한 피할 방법들을 고려하고 있다"며 "공사기간 중 반대 주민들의 건강을 최대한 배려하고 염려하는 차원에서 쉼터도 만들고 음료수 등도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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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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