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해경, 그리고 NYPD

세월호와 해경, 그리고 NYPD

이상배 기자
2014.05.11 20:27

[이슈 인사이트] '현장' 모르는 해경 수뇌부···해경 개혁, NYPD가 해답

뉴욕경찰청(NYPD) 청장에 윌리엄 브래튼이 부임한 것은 1994년. 당시 뉴욕시는 세계 최악의 '범죄도시'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1993년 한해 동안 뉴욕에서 발생한 살인사건만 1946건에 달했다.

매년 우리나라 인구와 비슷한 4000만∼50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세계 최고의 관광 도시였지만 시민 뿐 아니라 관광객들까지 강력범죄의 위험에 언제든 노출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브래튼이 부임한지 3년 뒤인 1997년 뉴욕시의 살인사건 건수는 770건으로 4년 만에 무려 60%나 줄었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가능했을까?

브래튼이 부임했을 당시만 해도 뉴욕시는 '경찰력이 먹혀들지 않는 곳'이었다. '배트맨'의 배경이 된 '고담시티'가 바로 뉴욕시의 모습이었다.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경찰 간부들은 현장 상황을 모른 채 주먹구구식으로 인력과 장비를 배분했다. 갱들이 우글거리는 지역에 경찰 2명만 투입시키고, 안전한 지역은 10명이 지키는 식이었다. 또 경찰들은 낮은 처우에 사기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조직 전체가 '패배감'에 젖어 있었다.

브래튼이 가장 먼저 한 것은 경찰 간부들에게 직접 현장을 가보도록 한 것이었다. 현장에서 자신의 눈으로 치안 상태가 얼마나 '엉망'인지 확인해 보라는 취지였다.

그런 다음 GIS(지리정보시스템)을 도입해 범죄 지도를 그리고, 강력사건이 빈발하는 '핫스팟'을 뽑았다. 이런 '핫스팟'에 대해서는 가로등 조명의 밝기를 높이고 순찰 횟수를 늘렸다. 또 그동안 모든 지하철역에 같은 인원을 배치했던 것을 범죄 빈도에 따라 인원 수를 달리 투입하도록 조정했다.

마지막으로, 동시에 가장 중요한 조치로 경찰들에게 성과에 따른 보상을 제공했다. 더 많은 범죄자를 잡으면 보너스를 받았다. 또 부서별로 분명한 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달성하면 보상을 줬다. 이를 통해 경찰들 스스로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했다.

뉴욕 경찰은 이런 조치들을 거치면서 달라졌다. 부서마다 자발적으로 혁신을 주도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성과가 높아지면서 자부심도 높아졌다. 그렇게 뉴욕 경찰은 인력과 예산을 더 늘리지 않고도 강력 범죄율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쾌거를 거뒀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경찰청 조직은 그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미흡한 초동 구조와 실종자 집계 혼선 뿐이 아니었다. 어떤 해경은 수사 대상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미리 알려줬다. 실종자 구조가 한창이던 당시 한 해경 간부는 두차례나 골프 라운드를 즐겼다. 그동안 일반 경찰에 비해 비교적 감시에서 자유로웠던 해경의 총체적 난맥상이 이번 기회에 모두 까발려졌다.

해경의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누구도 이의를 달기 어려워졌다. 해경 조직에 일대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직변화론'의 권위자인 토드 직(Todd Jick)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조직 변화의 첫번째 전제 조건은 조직원들이 스스로 '위기'라고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지금이 해경 개혁의 적기가 될 수 있다.

수뇌부는 '현장'을 전혀 모르고, 갖고 있는 첨단 시스템마저 제대로 활용 못하는 해경. 뉴욕경찰청의 사례가 개혁의 '모법 답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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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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