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맏형' 정 총리의 고민

[광화문]'맏형' 정 총리의 고민

세종=정혁수 기자
2014.09.29 18:01

몇 달전, 국무총리 세종공관에서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한 정홍원 총리 주최의 오찬 간담회가 열렸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직후 열리는 첫 상견례 자리여서 많은 기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한 상황에서 '총리 이모작'에 나서는 정 총리의 '국정 묘수풀이'에 관심이 많았다. 일부 테이블에서는 정 총리 사퇴표명 이후 '새 태양'을 향해 달려간 일부 공직자의 행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찬 간담회의 화두는 행정부를 대표하는 총리로서 향후 '힘의 추'를 어떻게 유지하며 국정을 이끌어 나갈 지였다.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최경환 의원이 경제부총리로, 또 여당 대표 출신의 황우여 의원이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상황 때문 이었다.

굳이 총리 위상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머리'격인 총리실이 중심역할을 하고 몸통과 꼬리가 이를 뒷받침하는 하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실제 세종청사의 각동 배치에도 이런 뜻이 반영돼 있다. '용(龍)'의 모습을 본뜬 청사 맨 앞에는 총리실(1동)이, 몸통 부분에는 기획재정부(4동), 꼬리부분에는 교육부(11동)가 각각 자리잡고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 세종청사에 정치인 출신 장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주영 해수부장관이 있었고, 서울청사에서는 조윤선 정무수석(전 여가부장관)과 김희정 여가부장관이 해당 부처를 번갈아가며 이끌고 있다.

하지만 '정권 실세'로 불리우는 '최경환'과 '황우여'의 출현은 '급'이 다르다.

총리는 부인했지만 이들과의 역할 분담과 국정 주도권을 둘러싼 우려가 주변에서 많았다. 이 때문에 당시 오찬에서도 이와 관련된 참석자들의 질문이 잇따랐다.

"총리보다 더 힘센 부총리가 등장하면서 향후 국정주도권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행정부를 통할하는 총리로서 이들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 나가실 지 궁금하다" "경제와 사회를 두 명의 부총리에게 떼주고 나면 총리가 직접 챙기는 게 무엇이냐" 등등….

던져진 질문에 총리가 어떻게 답변할 지 모든 이의 눈과 귀가 쏠렸지만 대답은 '심플'했다. 정 총리는 "그런 얘기를 나도 알고 있다. 다 잘 될 것이다. 경제문제의 경우 최 부총리가 맡아서 하기로 했다. 조정할 일 있으면 내가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그 분들보다 나이가 많다"고도 했다. '맏형'으로서 국정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의지였다.

구태여 몇 개월전의 일을 복기하는 것은 '염려할 것 없다'던 정 총리의 발언이 빛을 바래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연일 '경제활성화'와 관련된 정책발표로 국정운영의 중심에 자리하는 데 반해, 세월호 후속 조치 등에 공을들여온 정 총리는 들인 '품'에 비해 어느 것 하나 손에 잡히는 성과라고 할만한게 없어 보인다.

정부가 추진중인 담뱃값 인상만 해도 그렇다. 국가 재정과 국민 건강이라는 복합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당연히 정 총리가 이 문제를 다뤘어야 했지만, 핸들은 최경환 부총리의 손에 쥐어졌다.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누가 총리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돌기까지 했다.

정 총리가 국가 대혁신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부패척결단' 활동도 그렇다. 사회 전반의 부패 고리를 발본색원해 '깨끗한 사회'를 만들겠다는데, 다른 한쪽에서 '기업총수 사면론'으로 경제활성화 군불을 지피는 것과는 썩 잘 어울려보이진 않는다. 당초 8월에 출범시키겠다던 '국가혁신범국민위원회'도 오리무중이다.

'맏형'으로서 국정을 '원할하게' 이끌어 간다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정총리는 급기야 얼마전 병원신세까지 졌다. "몸보다 마음이 지쳤을 것"이라는 말들이 따라붙는다. 부모 형제들이 믿고 힘을 실어줘야 '맏형 노릇'도 신나서 하는 법인데, 그런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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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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