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탄 맞은 화훼농가…"내년엔 절반이상 폐업할 지도"

직격탄 맞은 화훼농가…"내년엔 절반이상 폐업할 지도"

세종=정혁수 기자, 조성훈 기자
2016.10.27 05:38

[청탁금지법 시행 한달]위축된 관가(官家), 대기업 등 조화, 축하난 주문 거의 없어…전국 화훼공판장 꽃 거래액 한달새 22.1% 급감

화훼업계 종사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문화광장 앞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관련 건전한 꽃 소비문화 확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2016.9.30/뉴스1
화훼업계 종사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문화광장 앞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관련 건전한 꽃 소비문화 확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2016.9.30/뉴스1

#정부부처 김 모 사무관은 최근 장인상 때 지인들에게 “화환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에 따라 화환을 받았다가 법을 위반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화환은 통상 5만~10만원 사이지 여기에 부의금까지 보내는 경우경조사비 한도 10만원을 넘어설 수 있어서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화환, 난 등의 매출이 급격히 줄면서 화훼농가와 도소매상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틈새를 노린 저가(低價)의 수입산 꽃들이 공급되면서 화훼농가는 소비감소와 가격경쟁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0월 화훼공판장 꽃 거래액은 지난 24일 현재 60억1700만원으로 법 시행이전인 9월 77억원과 비교했을 때 2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무원 승진 인사의 ‘필수품’이었던 ‘난(蘭)’은 된서리를 맞았다. 김영란법 시행 후 이달 24일까지 화훼공판장 ‘난’ 거래액은 12억6300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17억8000만원 보다 29.2% 줄었다.

화분에 심어 판매하는 관엽류 역시 같은 기간 거래액이 8억9000만원으로 1년 전 11억원보다 18.2% 급감했다. 계절적으로 가을은 꽃 소비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지만 화훼 거래액은 오히려 감소한 것.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환과 난 등 꽃 선물 주문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20%이상 감소했으며 난 등이 수취거부로 반송된 경우도 25% 가량 늘어났다.

한국화훼협회 관계자는 “원가가 4000원 정도인 호접란 화분 하나가 작년에는 6000원 정도에 거래됐지만 올해는 2000~3000원에도 팔리지가 않는데다, 최근에는 인사가 나도 축하 난을 찾는 이들이 없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상당수의 화훼 농가들이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마 내년 봄 이전에 화훼 농가의 50%가량이 폐업할 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산 화훼 수입은 확대 추세에 있다. 국내 화훼 농가들이 소득감소 등을 이유로 꽃 농사를 포기하면서 저가의 수입산 꽃들이 그 수요를 대신하고 있는 형편이다.

2014~2015년 외국산 화훼 수입 동향을 보면, 수입규모는 2014년 5721만 달러에서 2015년 6077만 달러로 6.2% 가량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수입물량은 작년보다 5%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4060만달러(2014년)에서 2846만달러(2015년)로 약 30%가량 줄어 든 우리나라 화훼 수출과는 정반대다.

국내 화훼 농가들이 꽃 농사를 포기하면서 중국산 국화, 네덜란드산 백합 등 꽃 수입물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중국산 꽃의 경우,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조만간 국내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힘을 얻고 있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많은 화훼 농가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관공서 등을 중심으로 현재 '1책상 1꽃송이(One Tabel One Flower) 놓기'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급감한 판매량을 회복시킬 뚜렷한 대책이 사실상 없다"고 답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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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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