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한달]정부세종청사 인근 상가, 우려가 현실로...종업원 40~50% 줄인 식당들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인근 세종1번가 상가 3층. 공무원들에게 맛집으로 소문난 A일식당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앞엔 '매매·임대'가 적혔다.
이 일식당은 기자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날이었던 지난달 28일 취재차 찾았던 곳이다.
당시 식당 종업원은 "예약이 한건도 없다"며 "장사가 안되면 종업원을 줄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 결국 한달도 안돼 문을 닫았다.9월28일 머니투데이 보도 참조: "저녁 예약 1팀, 이러다 문 닫습니다" 세종상가 '곡소리'

4층에 있는 B한식당. 역시 한달전 기자가 찾은 곳이었는데, 여전히 손님이 없었다. 매출이 줄자 종업원을 내보냈고, 20명이었던 종업원은 현재 13명밖에 없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김진수(42, 가명)씨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안될 줄은 몰랐다"며 "매출의 70%가 줄었고, 오늘 또 종업원 한명을 내보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주요 고객이었던 공무원들이 발길을 끊자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1만원대 도시락을 만들어 직접 배달해주는 것. 실제 이 가게 단골이었던 공무원들은 외부 시선을 피해 이 가게 도시락을 주문해 청사에서 먹는다.
이곳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국토교통부 앞 세종중앙타운 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 음식점 주인들은 점심 시간에 이 곳을 찾는 공무원들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 근처 고깃집과 한우집도 손님이 줄어 아르바이트생들을 내보내는 등 종업원을 최소화했다.
C삼겹살집 매니저는 "공무원들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 영향인지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앞으로 영업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 후 한달이 지나는 동안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주요 고객이 공무원이었던 식당들은 매출이 크게 줄어 종업원을 내보내고, 심지어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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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바로 앞에 있는 세종마치 상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대목시즌이었던 국정감사 기간에도 식당가가 텅 비었다"며 "연말 송년회 시즌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별 기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사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공무원은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 김영란법 시행 후 외부 시선을 피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공무원이 늘어서다.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구내식당 영양사 박소민(27, 가명)씨는 "한달동안 이용객이 10~20% 증가한 것 같다"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일 준비하는 음식들이 그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구내식당에서 고위공무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과거엔 구내식당을 찾지 않던 사람들이 늘면서 구내식당만 북적인다. 예전보다 약속이 크게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아무래도 법 시행 초반이다보니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공직자들이 늘었다는 전언이다.
경제부처 한 과장은 "직원들과 함께 밖에 나가서 밥을 먹는 횟수가 크게 줄었고, 외부 약속도 예전에 비해 절반가량 사라졌다"며 "예전에는 부서에 식권이 남아돌았는데, 지금은 식권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