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국은행의 경기 판단

[우보세]한국은행의 경기 판단

구경민 기자
2018.11.07 05:04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9%에서 2.7%로 내리면서도 잠재성장률(2.8~2.9%) 수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 하단인 2.8% 보다 0.1%포인트 떨어졌지만 ‘잠재성장률 범위 내’의 성장을 강조했다.

기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가진 생산 요소를 모두 투입해 물가 상승 등 부작용 없이 낼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통상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떨어지면 불황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한은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3.0%→2.9%→2.7%로 낮아져 잠재성장률 밑을 뚫었으니 경기둔화의 전조가 아니냐는 의문은 자연스럽다.

‘경기침체로 가는 것은 아닌지’, ‘잠재성장률 수준에 부합한다는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지’,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데 금리인상은 가능한지’, ‘이대로라면 잠재성장률을 낮춰야 하는 것 아닌지’ 등과 같은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기술적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며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이 국장은 “잠재성장률은 생산성, 자본축적, 인구구조 등을 반영하는데 여러 방법으로 추정을 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잠재성장률이 2.8~2.9%이긴 하지만 그보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0.1~0.2%포인트 정도 차이의 실질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에 있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한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향후 잠재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더 낮게 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한은은 잠재성장률의 불확실성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추계를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총재의 언급처럼 잠재성장률 추정 기간을 앞당기는 것 외에도 조사방식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한은이 제시한 잠재성장률 2.8~2.9%는 2016~2020년 5년간 평균 개념이다. 이는 국책·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국내 잠재성장률을 2.4~2.8%로 추정하고 있는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됐는데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가 가속화되면 잠재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잠재성장률 추계가 잘 맞지 않으면 정부와 독립된 통화정책 주체로서 한은의 객관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부정확한 잠재성장률 추계는 경기에 대한 오판을 야기할 수도 있고,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신뢰도 떨어뜨린다. 한은은 보다 정교하게 잠재성장률을 추계하고 보다 엄밀하게 경기 판단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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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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