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46,750원 ▲1,150 +2.52%)공사가 지난해 11년 만에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현행 전기요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화석연료 비중 축소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지출이 지속적으로 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요금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공공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은 11년 만에 최대인 1조3566억원 적자를 내면서 지속가능성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구멍난 재무건전성의 가장 큰 원인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국가가 추진하는 정책 비용 부담이 커진 결과로 보인다. 우선 온실가스 배출 관련 비용이 지난해보다 6565억원 늘었다. 2018년 530억원과 비교해 13배가 넘는 규모다.
정부가 배분한 온실가스 배출권 무상할당량은 전년보다 18% 줄었고, 배출권 시장 가격은 19% 올랐다.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 비용은 갈수록 급증할 수밖에 없다. 당장 유상할당 비율이 2021년부터는 현재 3%에서 10%까지 오른다. 해외에서 저렴한 배출권을 사오는 것도 한계가 있다.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석탄이용률이 4%포인트 떨어진 점도 실적엔 부정적이다. 석탄보다 발전단가가 비싼 LNG(액화천연가스) 비중이 늘어서다.
석탄을 연료로하는 화력발전은 올해도 줄 전망이다. 당장 이달에도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려 석탄발전기 21~28기의 가동을 정지한다. 노후 석탄은 4기를 정지하고, 예방정비를 앞둔 13~16기도 발전을 멈춘다.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추가로 2~8기 가동도 중단한다. 가동 석탄발전기(37대)도 출력을 80%로 제한한다.
원칙적으로는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원전 비중을 늘리던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게 대안이다. 하지만 원전의 경우 건설에 필요한 시간과 예산 등이 막대하기에 단기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신재생에너지도 낮은 효율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있는 만큼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결국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을 전제로 한 체계 개편 논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전력산업은 한전 그룹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독점이란 이유로 정부 규제가 강하다 보니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체계가 고착화했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까닭에 현행 요금체계는 '수요-공급'이라는 시장 기본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있다.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전기 사용량이 월 200㎾h 이하인 가구의 전기요금을 2500~4000원 깎아주는 이 제도는 원래 저소득 가구에 대한 복지와 전기 절약 독려 차원이었지만 2억원대 연봉을 받는 이도 혜택을 받는다. 바로 김종갑 한전 사장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관사에서 홀로 산다는 이유로 이 혜택을 받고 있다.
전기요금은 용도별 정해진 기본요금과 사용한 전기량에 부과되는 전력량요금을 합쳐 획일적으로 정한다.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가치가 다른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유인이 없다. 만약 동일한 양의 전기를 사용하더라도 시간대별로 요금을 다르게 책정한다면 저렴한 시간대에 전기를 더 많이 소비할 수 있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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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국제 유가 등 원가 변동이 요금에 반영되지 않는 탓에 흑자와 적자가 들쑥날쑥하는 비정상적 실적을 반복하는 것도 문제다. 연료비연동제가 도입된 도시가스요금처럼 전기요금에도 국제연료 가격의 변동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유가나 국제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면 전기요금도 오르고 반대로 하락하면 내리는 식이다.
한전은 지난해 누진제 개편을 계기로 전기요금체계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올 상반기까지 정부 협의를 거쳐 요금 개편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4월 총선 이후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에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폐지, 계시별 요금제와 도매가격 연동제 도입, 산업용·농업용 요금 조정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각종 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전기의 실사용자인 소비자가 부담하는 방안도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병인 한전 재무처장은 "지속가능한 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합리적 제도개선에 주력할 것"이라며 "전기요금은 수익성과 공익성을 같이 봐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