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고개드는 조세저항
대주주 양도소득세 확대를 추진하던 정부는 이달 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청원과 사표 파동이라는 잡음만 남긴 채 현행 유지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두고 현 정부 출범 이후 '공평과세'라는 포장으로 진행해 온 증세정책이 벽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세저항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부동산과 금융 투자, 고소득자 등 전방위적이고 지속적인 증세 계획을 갖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 때 부동산 증세를 추진하다 '세금폭탄'이라는 프레임으로 좌절했던 경험이 있는 여권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국회와 정부는 2018년 2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 2021년 4월 이후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논란은 새 기준이 적용되기 직전인 올해 하반기 들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기재부는 정책 일관성으로 맞섰다. 2년 전 과세 형평을 위해 합의하고 시장 충격을 고려해 준비기간을 둔 사안을 시행 임박 시점에서 되돌리면 정책의 신뢰성이 무너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24만명에 이를 정도로 원성이 깊어졌다. 결과적으로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사태가 봉합됐지만 홍 부총리가 사표를 제출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기존 결정사항마저 조세저항에 막혀 추진동력을 잃은 배경에는 각종 세제개편 등 증세 정책을 펴면서도 공정과세, 세수중립 등으로 명분 삼아온 현 정부의 태도가 한몫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복지 예산은 △2018년 144조6000억원 △2019년 161조원, △2020년 180조5000억원 등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큰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의 기조에 맞춰 세수도 늘려야 한다.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과 재산보유세 강화 등 적용범위가 좁은 대상에 대한 '핀셋증세'를 내세웠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아닌 특정 계층에게만 증세를 해 다수의 저항을 피하겠다는 의도였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도입한 소득세 최고세율(45%) 인상, 종합부동산세 등 재산세 강화 조치 등이 이어졌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확대가 좌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전체 투자자의 1.5%, 9만명에 대한 핀셋 증세라고 역설했지만, 홍남기 부총리에 대한 청와대 해임청원은 대주주 과세 확대 영향권에 든 개인 투자자를 포함해 24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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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중 유동성을 부동산에서 금융투자업계로 끌어오기 위해 부동산 과세강화를 한 상황에서 주식거래에 대해 세금을 강화하는 것은 명분도 부실했다.

정부는 세제개편 때마다 '증세'를 부인하면서 '세수 중립성'을 강조한다. 세수효과를 추산하면 일부 세금이 늘어나는 항목과 감세항목을 더하면 전체 세금 증가는 크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는 세제를 고치면서 의도적으로 증세 효과는 축소한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 대표적인 게 종합부동산세다. 기재부는 올해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하면서 내년 종부세가 올해에 비해 6655억원이 더 걷힐 것으로 봤다. 2022년에는 2021년에 비해 2178억원이 더 걷히고 이후에는 종부세 세수 변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은 공시지가 상향과 집값상승 효과 없이 세율 인상에 따른 세수효과만 반영한 것으로 실제 납세 부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세수 추산 과정에서 변수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증세 효과를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온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 논란 때도 홍남기 부총리는 "증세 목적이 아닌 과세형평 차원"이라며 "세수효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산결과 가족합산 폐지 없이 기준 확대만으로 매년 1조4670억원대 세금이 더 걷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 세제실장을 지낸 윤영선 전 관세청장(현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이번 정부는 복지 지출을 늘리고 있는데, 당연히 세입도 지출증가를 따라가야한다"며 "이 상황에서 세입을 중립적으로 간다는 건 잘못된 얘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