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SRF와 월성 맥스터는 무엇이 달랐나

나주SRF와 월성 맥스터는 무엇이 달랐나

세종=안재용 기자
2021.05.30 10:38

[세종썰록]

[편집자주] [세종썰록]은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일반 기사로 다루기 어려운 세종시 관가의 뒷이야기들, 정책의 숨은 의미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16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 SRF발전소 가동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날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이전기관 노조 협의회와 SRF 저지 나주시민 비상대책위원회는 규탄 집회를 열었다.2020.11.16/뉴스1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16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 SRF발전소 가동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날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이전기관 노조 협의회와 SRF 저지 나주시민 비상대책위원회는 규탄 집회를 열었다.2020.11.16/뉴스1

나주 고형폐기물(SRF) 열병합 발전소가 3년5개월만에 가동을 시작했으나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와 나주시, 지역주민간 갈등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잡음은 있었으나 경주시민과의 합의로 원만하게 건설을 시작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임시저장시설(맥스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두 시설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원인은 이해관계자간 소통 여부였다. 대화가 멈추고 의미없이 시간만 흐르는 사이, 문제해결의 주체들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한난은 지난 26일 황창화 사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나주 SRF 열병합 발전소 가동을 공식화했다. 누적된 적자를 견딜 수 없다는 이유다. 광주지법이 지난달 15일 '사업개시신고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나주시가 아닌 한난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도 가동 배경이다.

'배임'이 어른거리는 한난

한난 경영진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서 가동을 더 이상 멈출 수 없다. 손실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고, 경영진 개인의 책임문제도 불거질 수도 있다.

2700억여원을 들여 건설한 발전소가 가동을 못한지 3년5개월여가 지났다. 그간 운영을 못 쌓인 손해는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최근 승소로 가동에 필요한 법적 근거까지 마련됐다. 이런 상황에서 가동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경영진은 배임혐의로 법정에 서야할 수 있다.

실제로 황 사장은 입장문에서 "발전소 미가동에 따른 막대한 적자로 배당감소와 주가하락 등 상장회사로서 감내하기 힘든 수준의 주주불만과 손해배상청구 압력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1년 앞둔 나주시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김영덕 전남 나주시의회 의장과 김석웅 광주시 환경생태국장이 2일 광주시청 1층 행복회의실에서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관련 설전을 벌이고 있다.2020.12.2/뉴스1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김영덕 전남 나주시의회 의장과 김석웅 광주시 환경생태국장이 2일 광주시청 1층 행복회의실에서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관련 설전을 벌이고 있다.2020.12.2/뉴스1

절박한 상황에 놓인 것은 나주시도 마찬가지다. 정확히는 지역 정치인들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1년 앞둔 상황에서 나주시민들이 관심이 가장 큰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강인규 현 시장의 재선이 사실상 어려워 질 수 있다. 해당 지역 시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나주시민들은 광주지역 쓰레기로 만든 SRF를 나주에서 처리한다는 것과 발전소 인근지역으로 유해물질이 퍼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SRF 발전소 운영을 반대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결과 유해성이 크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시민들은 결과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SRF 발전소가 건설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는 조성되지 얼마되지 않은 신도시라는 특성상 상대적으로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이 많아 건강이슈에 민감하다.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전환이나, 운영정지 외에는 타협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나주시가 '결사반대' 외의 입장을 내놓기는 어렵다. 당장 문제해결이 어렵다면, 시민들의 편에 서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강인규 나주시장은 한난의 가동재개 소식이 알려진 후 입장문을 내고 "가동강행은 공중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전남도도 "주민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법원의 1심 판결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시민대표의 대화중단 선언…극단갈등 부른 결정적 장면

나주 SRF 발전소 문제가 처음부터 이렇게 꼬였던 것은 아니다. 한난과 나주시, 나주범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표, 이하 범대위), 전라남도, 산업통상자원부 등 이해관계자들은 2019년 9월 민·관 거버넌스를 출범하고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논의를 이어왔다. 환경영향평가와 손실보전규모 확정 후 주민투표와 공론화조사를 거쳐 LNG발전 전환여부를 결정한다는 합의도 이끌어냈다.

환경영향평가까지는 큰 문제 없이 진행됐으나 손실보전규모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한난은 투자비 손실(1561억원)과 운영 손실(3720억원), 광주 손해배상 손실(2720억원)을 합쳐 8001억원을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고, 나주시는 광주 손해배상 부문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손실보전규모를 두고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이 시민대표인 범대위가 민관 거버넌스 탈퇴와 단체 해체를 선언했다. 지난해 9월 협상기간을 연장하며 합의된 부속합의서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범대위는 '협의기간을 11월30일까지 연장하며, 해당기간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열공급을 한난 재량에 맡긴다'는 조항을 용납하지 못했다.

협의의 가장 중요한 축인 시민대표가 빠져버리며 협상은 표류됐다. 핵심이 빠진 4자간 협의는 더 이상 진도를 내지 못했으며, 시민 측의 참여를 이끌어내지도 못했다. 결국 문제는 한난과 나주시간 법적분쟁으로 치달았다. 대화가 빠진 자리에는 차가운 '법리'만 남았고,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 속에서 어느 누구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채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사퇴하는 난관 속에서도 이해당사자간 대화를 이어간 끝에 문제를 해결한 월성원전 맥스터와는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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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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