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회장님도 모르는 계열사④

기업의 친족경영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한국의 특수관계인 규정은 글로벌 동향과 크게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총수의 친·인척을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외에 임직원 등 경제적 연관관계나 주주, 출자자 등 경영지배관계까지 특수관계인으로 지정해 규제하는 국세기본법을 비롯해 은행법, 방문판매법 등 각종 법령과 조문에서 특수관계인 규정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혼선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특수관계인 규정(총수의 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제도 도입 당시 참고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법령보다도 범위가 넓다는 데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일본 민법에서는 특수관계인 범위를 6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으로 규정한다. 법인세법 등에서는 특수관계인 범위가 더 좁다. 금융상품거래법에서 특수관계인 범위를 배우자와 1촌 이내 친족으로 설정한 게 대표적이다.
일본 외에 아시아권 이웃 국가들도 한국처럼 광범위하고 복잡한 특수관계인 범위를 설정하고 있지 않다. 중국은 '관계가 밀접한 가족구성원'이라는 기준을 통해 경제적인 생활공동관계 형성에 의미를 둔다. 관계가 밀접한 가족구성원은 배우자, 만 18세 이상 자녀와 그 배우자, 부모와 배우자의 부모, 형제자매와 그 배우자, 자녀 배우자의 부모로 설정된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3촌 이내 친척 위주로 특수관계인을 규제한다. 미국에서는 혈연관계에 따른 특수관계인의 범위에 직계존비속(부모·조부모·자녀·손자녀)와 형제자매, 배우자만 포함된다. 배우자 부모나 형제자매인 인척 관계는 특수관계인 규정상 가족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가족의 결혼이나 이혼, 재혼으로 관계가 형성된 이들은 가족의 개념과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영국은 특수관계인 범위를 사실상 경제적인 생활을 함께 하는 최소 범위인 배우자와 자녀(미성년 자녀·양자)로 한정한다. 숙부와 숙모, 이종·고존사촌, 조카 등은 명시적으로 특수관계인의 범위에서 제외해 혼란의 여지도 없앴다. 캐나다는 특수관계인 범위를 경제 공동체로 의미가 있는 가족 중심으로 구성한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특수관계인 규제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경제공동체를 전제로 하지만 이름도 잘 모르는 친족이나 그들이 운영하는 법인·단체, 임원까지 경제공동체로 규정해 규제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일단 규제 범위에 넣어놓고 기업이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 빼주는 식의 방법은 명백한 행정편의주의 규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