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0.1% 가능성과 사용후핵연료의 미래

[기자수첩]0.1% 가능성과 사용후핵연료의 미래

세종=조규희 기자
2024.03.14 03:32
 7일 서울 강남구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열린 어린이 예절 학교에 참석한 관내 유치원 원생들이 세배를 배우고 있다. 2024.02.07. /사진=뉴시스
7일 서울 강남구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에서 열린 어린이 예절 학교에 참석한 관내 유치원 원생들이 세배를 배우고 있다. 2024.02.07. /사진=뉴시스

아직 0.1%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특별법)' 제정의 실낱같은 희망의 끈이다. 정부(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업계 인사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총선 분위기 속에서도 국회를 찾아 사용후핵연료를 미래세대에 전가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벌인다.

1978년 고리1호기 원전의 상업운전 이후로 9차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 논의가 이어져 왔다. 윤석열 정부는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과 고준위방서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고준위특별법 제정을 추진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 공무원 등은 세종청사보다 국회와 지방으로 출근하는 일이 잦았다.

"내용은 다 알고 있다. 새로운 내용이 없으면 안 오셔도 된다"는 국회 의원실의 상투적 답변에도 신발이 닳도록 여의도를 찾았다. '원전' 소리만 들어도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단체를 만나고 원전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장을 계속 찾아가 의견을 듣고 이해를 구했다.

여당과 야당이 고준위특별법의 세부 내용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도 이쪽 저쪽을 뛰어다니며 설명과 설득의 시간을 보냈다. 정치적 의도같은 것은 없었다. 해당 과에 오기 전에 원전에 대해 문외한이었다는 담당 공무원은 '이대로 가면 정부, 여당, 야당이 아니라 국민과 가족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준위특별법 제정에 열중했다고 한다.

고준위 방폐물 최종처분 시설 미비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다. 꺼진 신호등과 멈춘 엘리베이터, 마비된 공공시설 등 잠깐의 정전사고만 떠올려도 아찔하다.

정부가 지난 2월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을 공식화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위해서도 고준위 특별법은 필요한 상황이다. 기술 개발과 실증, 최종 처분시설 마련까지 수십년이 소요되는 만큼 법적 지위를 확보하고 국가차원의 확고한 의지표명이 필요하다.

4월 총선이 끝나고 새로운 국회가 시작되기 전인 5월, 21대 마지막 국회가 열린다. 국회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밀린 숙제, 남은 숙제를 하곤 하는데 고준위특별법에 테이블 한켠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0.1%의 가능성이지만 미래를 위해선 놓을 수 없는 희망의 끈이다.

17기 조규희
17기 조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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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희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조규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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