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우리 정부도 통상 대응에 분주하다. 한국 기업들의 미주 전초기지인 만큼 당장 수출·투자부터 비상이다. 정부는 국가별, 업종별 민·관 합동 대응 회의를 연달아 열면서 대응 중이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미국 행정부의 대(對)멕시코 통상정책 관련 민·관 합동 대응회의'를 연 데 이어 '자동차 민관 대미협력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업계와 소통했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20일(현지시간) 멕시코와 캐나다에 2월부터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멕시코는 우리 기업의 대표적인 미국 수출 기지다.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포스코 △삼성물산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이 진출해 있다. 기아는 현지에서 연간 40만대 규모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며 차 부품업체들도 함께 진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디스플레이와 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이들 3개국은 일정 조건에서 자동차 등 주요 대미 수출품목에 대해 관세를 면제받고 있다. 특히 2021년 이후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멕시코가 니어쇼어링 핵심 지역으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 생산기지를 설립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상태였다.
USMCA는 2020년 발효된 이후 6년마다 재검토할 수 있는데 2026년 협정 개정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고관세를 매겼다. 중국 기업들의 우회 수출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멕시코는 중국에 이어 미국의 대표적인 무역적자국이기도 하다.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인 캐나다도 전기차·배터리 시장 진출 거점이다. 캐나다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합작공장이 배터리 모듈을 생산 중이며 포스코퓨처엠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양극재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다.
아울러 중국에도 2월부터 10%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수출 둔화가 빨라지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진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엔 자동차 환경규제 완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이 포함됐다. 정부와 업계는 행정명령이 실제 실행되기 전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미 수출 의존도가 절반 이상인 자동차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PICK!
정부는 올해 한국 수출 증가율을 1.5%로 전망했지만 이는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다. 올해 수출 증가율을 2.2%로 전망한 산업연구원은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과 한국 등 나머지 국가에 10% 관세를 부과할 경우 제조업 수출이 최대 10.2%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0.29%∼0.69%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즉시 민관 합동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산업부 통상정책국장 등 실무대표단을 급파해 미국 행정명령의 세부 내용 파악 등 미국과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중 내놓을 범정부 차원 비상 수출 대책에도 트럼프 2기 정부 관련 대응책을 담는다.
현지 진출 국내기업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캐나다 등에 아웃리치(대외접촉) 등도 전개한다. 업계 의견도 적극 전달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산업부는 대미,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것을 감안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등 다른 지역과 경제협력 논의도 본격화한다. 이날도 인도·태평양 정책 포럼을 열고 아세안에 대한 우회 수출 제재 가능성 등 통상 리스크 대응 전략을 사전 점검했다.
1분기 중 산업연구원과 아세안 10개국 대표 싱크탱크로 구성된 '한-아세안 경제통상 싱크탱크 다이얼로그'(AKTD)를 발족해 아세안과의 새로운 경제통상 협력 채널로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