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첫 예산안]

정부는 1년전 예산안을 편성할 때 '건전재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2023년 예산안 표지에는 '알뜰 재정, 살뜰 민생'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처음 편성된 예산안에선 더이상 '건전재정'이란 단어를 찾기 힘들다. 꺼져가는 한국 경제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이재명정부는 정부 재정 기조를 '확장재정'으로 180도 선회했다.
본예산 기준 사상 처음 700조원이 넘는 '슈퍼예산' 편성에는 우려도 존재한다. 적자국채 발행 증가로 내년 한해 36조원이 넘는 국채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나랏빚도 늘어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는 50%를 돌파하게 됐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2026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은 8.1%다. 2022년(8.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발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총지출 증가율을 3.2%로 제시했는데 실제 증가율은 2.5배가 넘는다.
새정부 출범에 따라 정부 재정기조가 180도 바뀐 결과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실장은 "성장률을 잠재성장률 1.8% 정도까지는 올려보자고 할 때 내년 지출증가율을 잠정 추계해보면 8% 정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내년 세입 예산(총수입)은 올해(본예산 기준)보다 3.5% 증가한 674조2000억원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728조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3조8000억원 적자다. 쓸 돈이 거둬들일 돈보다 많다는 의미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 흑자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내년에 109조원 적자가 예상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가 예상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원칙인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하는 셈이다. 올해 본예산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8%였다.
정부는 올해 0%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자칫 재정 건전성만 고집하면 한국 경제 반등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단 판단이다. 재정을 적극 투입해 저성장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마련하고 경제 몸집을 키워 재정 여건을 개선하는 '경제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씨앗을 옆집에서 빌려 오려 하니까 '왜 빌려오나' '있는 살림으로 살아야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지금 (씨앗을) 한 됫박 빌려다가 뿌려서 가을에 (쌀을) 한 가마니 수확할 수 있으면 당연히 빌려다가 씨 뿌려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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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010년대 3%대였던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1% 후반, 2030년에는 1% 초중반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2040년대에는 0%대로 떨어져 사실상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잠재성장률은 모든 생산 요소를 최대한 투입했을 때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의미한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 지출구조조정(27조원)과 세입기반 확충 등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한계가 있다.
결국 '적자국채 발행'으로 늘어나는 재정 적자를 메워야 한다. 단기간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 국채 외에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내년 국고채 차환 물량을 제외한 순증가분은 116조원으로 올해(113조600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1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국채 이자비용은 약 36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29년에는 44조원 수준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국가채무도 증가한다. 내년 국가채무는 1400조원대로 늘어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를 돌파한다. 이재명정부 내내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할 예정인 까닭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6년 51.6% △2027년 53.8% △2028년 56.2% △2029년 58% 까지 치솟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 실장은 "AI 대전환에 제대로 된 적응을 못 할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며 "5년간의 채무, 그것만을 관리하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 있는데 투자를 안 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