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심사도 안 했는데"…'칼질' 거듭된 세제개편 정부안의 변수

"본격 심사도 안 했는데"…'칼질' 거듭된 세제개편 정부안의 변수

세종=정현수 기자
2025.11.16 15:54
세제개편안 논의 현황/그래픽=김현정
세제개편안 논의 현황/그래픽=김현정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큰 폭의 조정 가능성에 직면했다. 국회 심의 전에 일부 정부안이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고 정부안에 담기지 않았던 내용도 국회 심의 테이블에 올랐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마련한 세제개편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이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2일부터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주요 세제개편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법인세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쟁점 사항들은 오는 17일부터 열릴 조세소위에 안건으로 상정된다. 조세소위는 여야가 세법의 주요 쟁점들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여야의 심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일부 정부안은 후퇴했다. 지난 7월 31일 공개된 세제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법인세 정상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기준 조정 등이었는데 이 중에서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기준은 지난 9월 일찌감치 정부안이 철회됐다.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는 대주주에게만 부과한다. 윤석열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다시 10억원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세제개편안에 담았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9월 정부안을 철회했다. 조세소위에 올리기도 전에 정부안을 철회한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당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 열망과 대주주 기준 유지가 필요하다는 당의 입장 등을 고려해 50억원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칼질'이 예상된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저율과세하는 제도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에 △2000만원 이하 14%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35% 등의 세율을 제시했다. 이 역시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최고세율을 25% 정도로 더 낮춰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16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국민들이 제시한 의견에 화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부안의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재부도 '제로베이스'(원점) 등의 표현을 언급하며 기존안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여야 논의 과정에서 주요 세법의 세율 등이 조정된 사례는 많지만 조세소위가 열리기 전 정부안의 주요 내용이 수정된 것은 흔치 않다.

심지어 상속세는 정부안에 없던 내용이 국회 심의 과정의 주요 논의 사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치권 내부에선 배우자 공제 한도 등을 올리는 방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정부안에 없던 내용으로 정부안에는 상속세 개편안 자체가 담기지 않았다.

물론 지난 정부 때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는 방안을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는 공제 확대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유산세 방식의 개편안과 거리가 멀다.

국회에서 세제개편안을 논의할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국회법은 각 위원회가 매년 11월30일까지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의 심사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안이 예산 부수 법안으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정부가 철회한 안까지도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인 지난해 11월 자동부의 폐지 법안을 강행 처리했지만 이후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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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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