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1000GW로 늘어나는 원전…재생e 보완·유연성 확보 핵심

2050년 1000GW로 늘어나는 원전…재생e 보완·유연성 확보 핵심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1.13 04:25

[일렉코노미]<하편>⑥

[편집자주] AI가 세계 경제의 기술 패권을 재편하고 탄소중립 전환이 산업과 생활 전반을 뒤흔든다. 이 두 흐름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전기(Electricity)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난다. 전력 수요 급증 속 공급을 제약하는 '역설'이 향후 세계 경제의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 '일렉코노미(Eleconomy)'는 미래 경제를 좌우할 이 전환의 본질을 짚고 한국이 직면한 기술·에너지·인프라의 세 가지 도전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며 AI와 탄소중립 시대에 요구되는 '아름다운 에너지 믹스'와 국가 전략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고리 원전 3, 4호기(오른쪽 3호기, 왼쪽 4호기)
신고리 원전 3, 4호기(오른쪽 3호기, 왼쪽 4호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믹스 구성에 원전을 빼 놓고 얘기할 순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 만큼이나 기저전원으로서 원전의 역할은 중요하다.

특히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전 세계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력수요를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과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다시 원전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급증하는 전력수요…재생e만으론 한계

11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전력수요 증가 속도는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 속도의 2배에 달한다. 2035년 전력수요는 현재보다 40% 증가한 3만7800TWh(테라와트시)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 10년 간 증가 추세보다 더 빠른 속도다.

전기수요 증가분의 상당수는 AI로 인한 것이다. 지난해 데이터센터 투자액은 약 5800억달러(약 84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AI 서버 전력 소비량은 2030년까지 5배 증가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1곳이 필요로 하는 전력량은 약 200MW(메가와트)로 이는 약 20만가구의 연간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규모다.

AI로 인해 급증하는 전력수요의 상당수는 재생에너지로 충당될 전망이다. 2035년에는 데이터센터로 공급되는 재생에너지가 400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데이터센터 전력 증가분의 약 45%를 차지한다. 천연가스(220TWh)와 원전(190TWh)이 그 다음이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이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모든 전력수요를 재생에너지만으로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간헐성이라는 재생에너지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태양광의 경우 해가 뜨지 않는 밤이나 흐린날에는 발전을 할 수 없다. 풍력도 마찬가지다. 일조량이나 풍량처럼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전원으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기대할 수 없다. 한 순간도 전기가 끊겨선 안되는 데이터센터엔 치명적이다.

2050년 세계 원전 용량 414.5→1000GW 이상 확대

원전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도 탄소배출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때 탈원전을 목표로 했던 많은 나라들이 다시 원전 확대로 방향을 바꾸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IEA 추정에 따르면 현재 414.5GW(기가와트)인 전 세계 원전 용량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엔 1000GW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금보다 약 2.5배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규 원전 건설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현재 100GW인 원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4건의 원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내 원전 기술의 배치·수출·시험·규제 등 체계 전반을 정비해는 내용이다. 원전에 대한 재정·세제 등 각종 산업지원 정책도 추진된다. 각 주 정부에서도 원전 지원을 위한 여러 입법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원전 회복 의지의 대표 사례가 스리마일섬 원전 재가동이다. 스리마일섬은 1979년 발생한 미국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잘 알려진 곳이다. 미국 원전 산업의 큰 트라우마이자 탈원전의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AI가 촉발한 전력난은 원전 사고의 상처마저 무색하게 했다. 미국의 최대 무탄소에너지 기업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2024년9월 스리마일섬 원전의 재가동 계획을 발표했다.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수요 때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향후 20년 간 스리마일섬에서 생산된 전력을 독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탈원전의 시작점이 원전 회복의 상징으로 변화한 것이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원전 투자를 확대한다. 구글은 신생 원전 개발업체 엘리멘틀 파워에 초기 자금을 지원했고 웨스팅하우스와는 원전 건설을 위한 협력을 체결했다.

메타는 2030년까지 최대 4GW의 원전 용량 확보를 목표로 관련 기업들과 접촉 중이다. 아마존은 원전 업체와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도미니언 에너지와 함께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도 추진키로 했다.

현재 전 세계 16개국에서 64기(72.9GW)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국으로 29기(33.5GW)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이어 인도(6기, 5.2GW), 러시아(5기, 5.2GW), 튀르키예 및 이집트(각 4기, 각 4.8GW) 순이다.

여기에 미국이 본격적으로 원전 확대에 나서면 신규 건설 수요는 더 늘어난다. 이는 국내 원전업계에도 큰 기회다. 오랜 원전 침체기를 거치며 대부분 국가에서 원전 산업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되면서 국내 원전 산업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에너지믹스, 원전 경직성 완화 관건

주요 선진국들도 원전을 에너지믹스의 주요 전원으로 활용한다. 원전 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경우 전체 전력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핀란드는 41.5%, 벨기에는 39%, 스위스는 35.4%다.

우리나라의 비중은 현재 약 30% 정도인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에는 35.2%로 늘어난다. 이 기간 재생에너지 비중도 8.4%에서 29.2%로 확대된다. 현재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중심의 에너지믹스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관건은 원전의 경직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의 문제가 있지만 원전은 경직성이 문제로 꼽힌다. 핵분열 반응 조절이 어려운 원전의 특성상 상황에 따라 출력을 변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경제성도 문제다. 원전은 최대 출력으로 돌릴 때 발전단가가 낮아진다. 출력 감발이 잦을 수록 경제성은 떨어진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공급의 유연성이 중요해진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원전의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1970년대부터 원전의 탄력운전을 위한 기술개발을 진행해 왔다. 현재는 하루 2회 30~100% 범위에서 출력조절이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했다. 국내에서는 일일부하추종을 통해 현재 80%까지 출력 감발이 가능하며 2032년 이후에는 50%까지 감발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재생과 원전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전력망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은 원전 때문이 아니라 지역적인 전력수급 불균형과 송전선로 부족 때문"이라며 "인프라 확충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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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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