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포성에 '화들짝'…美-이란 전쟁, 韓경제 '퍼펙트 스톰' 되나

중동발 포성에 '화들짝'…美-이란 전쟁, 韓경제 '퍼펙트 스톰' 되나

세종=박광범 기자
2026.03.03 17:42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에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에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순항하던 한국 경제가 '중동 전쟁'이란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전세가 장기전 양상으로 치닫자 고공행진하던 국내 주식시장은 급제동이 걸렸고 원/달러 환율은 26원 넘게 올랐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면서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연 2% 성장' 달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3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미·이란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국제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는 '오일 쇼크' 시나리오 상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Citi)의 진단도 비슷하다. 씨티는 이날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 및 2월 반도체 수출 호조' 보고서에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2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4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국제유가 급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단 점이다. JP모건은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00달러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나증권 역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고 주변국 정유시설을 타격하는 등 최악의 경우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당장 물가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물류비와 전기·가스 요금이 오른다. 또 수입물가 상승으로 기업의 생산비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자극한다. 당장 원재료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의 비용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채권 시장에선 이미 중동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반영됐다. 위험회피심리 강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이례적인 모습이 나타난 것.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3.94%에서 이란 공습 이후인 지난 2일 4.03%, 3일 4.05%까지 상승했다. 시장참가자들이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에 더 크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 상승은 궁극적으로 내수 소비 위축을 불러와 경기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올해 '2.0% 성장' 목표를 달성하겠단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물가는 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업종별 회복 격차가 큰 'K자형' 양극화 성장 흐름 속에 물가 급등으로 자칫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내수 침체는 불가피하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성장의 또 다른 축인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류비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여파가 수출기업을 덮칠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때 우리나라 수출은 0.3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는 원유 수입과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GDP 성장률과 경상수지에 누적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주요국 중에 가장 심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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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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