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에도 장관 단톡방 불난다"…액셀 밟는 대통령, 숨가쁜 정부

"새벽 2시에도 장관 단톡방 불난다"…액셀 밟는 대통령, 숨가쁜 정부

김성은 기자, 이원광 기자, 정현수 기자, 박광범 기자, 최민경 기자, 이수현 기자, 김온유 기자
2026.03.09 06:00

[뛰는 대통령, 못 따라가는 공직사회] (上)

靑 '6시간의 법칙'…李대통령 '정책 시계' 더 빨리 돌아간다

- "국민체감 성과내야" 이재명의 속도전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3.05.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3.05. [email protected] /사진=최동준

"부처가 생각하는 한 달이 청와대에서는 한 주, 부처의 한 주가 청와대에선 하루다. 대한민국 거함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려면 집권 초 청와대와 정부가 일하는 속도를 최대한 맞추는 게 관건이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느끼는 '정책 속도감'의 차이에 대해 여권 핵심 고위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국정 컨트롤타워로 '두뇌' 역할을 하는 청와대와 '손발'이 돼 움직이는 정부의 '정책 시계'가 달리 돌아간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두뇌와 손발이 최대한 속도감을 맞춰 국정 과제를 신속 이행하는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여러차례 정부·여당을 독려하고 채근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일선 부처 공무원들에 대한 불만이 작지 않다. '일하는 속도'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국무회의에서 "벌써 재임기간의 10분의1이 지났다.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월에는 "할 일은 산더미인데, 속도가 너무 늦다", "하루를 이틀처럼 쓰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더딘 국정과제 추진 속도에 대한 답답함과 조급함을 토로하고, 청와대 참모진과 공직 사회에 초고속 업무 처리를 주문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연초부터 SNS(소셜미디어) 메시지도 부쩍 늘렸다. 이 대통령의 X(엑스·옛 트위터) 계정은 올 들어 부동산은 물론 설탕과 밀가루 담합, 교복값 등 국민 일상과 관계된 정책 현안의 공론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민감한 정책 현안을 공론화해 국민 의견을 직접 묻는 'SNS 정치'가 일상이 됐다. 집권 2년차를 맞아 국정 속도를 끌어올리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취지라는 게 핵심 참모들의 설명이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SNS 정치는 이 대통령이 정책 속도나 효과 측면에서 간접 소통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직접 소통으로 빠르고 본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가 구두로 혹은 공문으로 내려가면 아무래도 전달 속도가 더딜 뿐만 아니라 정확한 뜻이 희석되는 경우도 많다"며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을 부처 곳곳에 신속하게 알리는 데 SNS 메시지가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는 이른바 '6시간 법칙'이란 게 있다. 이 대통령이 지시했거나 즉각 대응이 필요한 사안의 경우 상황 보고와 초동 조치를 6시간 안에는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즉각 완료하지 못할 경우 대안 마련 후 재보고까지 늦어도 3~4일을 넘기지 않는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대통령은 평소에도 "공무원은 눈 뜨면 출근, 눈 감으면 퇴근"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청와대 참모진이나 각 부처 장관들이 단체로 들어와 있는 SNS 방에선 새벽 1~2시까지도 지시와 보고가 오간다.

최근 중동 전쟁과 관련해 성과가 나온 원유 추가 도입 및 중동 체류 국민 신속 귀국 지원은 이 대통령의 정책 속도감을 보여주는 실례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우방국들과 공조해 국민들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민항기는 물론 군용기 등을 전세기로 활용하라고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시 당일 호형호제하는 UAE(아랍에미리트연합)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협의에 나섰다.

양국 외교당국의 후속 실무협의 끝에 다음날인 6일부터 UAE 민항기 운항이 재개돼 우리 국민 일부가 무사히 귀국했다. 전세기 운용도 추진 중이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완전 봉쇄에 따른 유가 폭등세에 대응하기 위해 UAE로부터 원유 600만 배럴을 추가 도입키로 하는 성과도 냈다. 청와대 내에 체화된 속도감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이 대통령의 속도전을 따라가느라 청와대 공무원들이 업무량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청와대 직원들은 매달 평균 62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통령은 "참으로 미안한 일"이라면서도 "공직자들의 손에 국가의 운명이 달려 있다. 지금은 비상상황이라 모든 시간을 갈아 넣어도 부족하다. 힘을 내자"고 했다.

"속도 강조하는 '현장지휘관'"...참모들 얘기 들어봤더니

-이재명 대통령 '현장·속도' 강조 업무스타일

이재명 대통령의 일하는 법은/그래픽=김현정
이재명 대통령의 일하는 법은/그래픽=김현정

이재명 대통령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측근들은 '속도'와 '현장'을 이른바 '이재명표 업무스타일'의 핵심 키워드로 꼽는다. 현장에서 직접 답을 찾아 속도감 있게 일을 해결하는 게 이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속도를 유독 강조하는 건 지방자치단체장 시절부터 이어 온 '트윗정치'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이 대통령은 과거 성남시장 시절 도로를 순찰하다 찌그러진 환풍구 덮개나 맨홀 뚜껑을 발견하면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정을 지시하고 수시간 만에 담당 행정 직원으로부터 조치 사항을 보고받았다. 전시행정 아니냐는 비판이 없던 건 아니지만 성남시민들은 "정책 효능감을 경험했다"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현장 중심의 실용주의 리더십도 이 대통령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을 10년 넘게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저서에서 "이재명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단어가 있다면 나는 주저없이 '현장지휘관'이라고 말하겠다"고 썼다. 김 전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불법 시설물 문제를 해결할 당시 주말마다 김혜경 여사와 단둘이 모자를 눌러쓰고 경기도 곳곳을 암행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6일 강원도 원주시 산림항공본부에서 열린 산불진화 관·군 합동훈련 점검에서 산불진화장비를 시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6일 강원도 원주시 산림항공본부에서 열린 산불진화 관·군 합동훈련 점검에서 산불진화장비를 시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이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과 부처 장관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도 '현장'과 '속도'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충청 타운홀미팅에서 소상공인 빚 탕감 문제와 관련해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게 현장 의견을 들어보라고 직접 지시했다. 소상공인들에게 '금융당국이라면 어떤 정책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해법을 찾으라는 얘기였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도 이 대통령의 지시로 최근 중동 전쟁에 따른 기름값 폭등과 관련해 직접 주유소 현장 시찰에 나섰다.

이 대통령을 오래 보좌한 참모들은 "일선 공무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적극행정을 하되 책임은 고위 공무원이 져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소신"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공무원들에게 복수의 안을 만들어 오도록 해 장관이 직접 하나를 선택하면 문책에 대한 직원들의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숙의 과정은 물론 정책 방향이 결정됐다면 이를 반드시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것도 이 대통령의 지론이라고 한다. 국무회의 생중계와 시간 제한 없는 기자회견, 지역 순회 타운홀미팅, 빈번한 청와대 브리핑이 실례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과 장관들에게 SNS 활동을 독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 대통령이 '좋은 정책의 50%는 홍보소통에 달려있다'고 늘 말한다"며 "청와대 국정 운영의 밑바탕에는 이런 철학이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 질문을 받고 있다. 2026.01.21.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 질문을 받고 있다. 2026.01.21. [email protected] /사진=고범준

"휴일이 어딨나, 24시간 일하는 것" 대통령 뛰는데...못 따라가는 공직사회

-이재명 대통령, 공직사회에 여러 차례 속도 강조 공직사회는 대통령의 시간표에 버거워하면서도 적응해 나가는 모습

정책의 '속도'를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 발언/그래픽=김지영
정책의 '속도'를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 발언/그래픽=김지영

"공공기관 통폐합을 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더라"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처음 거론한 건 지난해 8월 '나라재정 절약간담회'에서였다. 취임 두 달여가 갓 지난 시점이었고 300개가 넘는 공공기관의 통폐합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였기에 장기 과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시간표'는 달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속도를 내달라"며 주무 부처인 당시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를 재촉했다. 대통령은 뛰는데, 공직사회가 쫓아가지 못한 결과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여러 차례 "공직자의 한 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고 언급했다. 공직자의 시간은 국민 전체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을 향해 "5200만 국민 삶을 손안에 들고 있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만큼 공직자의 일과 속도를 강조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직자가 솔직히 휴일이 어딨나"라며 "원래 24시간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적인'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인식도 강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우리한테 주어진 시간이나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다"며 "임기 초 한 시간과 중·후반의 시간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직사회는 대통령의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정책 집행 속도를 잇달아 강조하고 논쟁적인 정책 현안까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공유하는 것도 공직사회의 움직임이 느리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대통령의 정책 지시는 기존 공직사회의 보법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과거에는 주요 정책을 마련할 때 외부 기관에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이해관계자의 여론을 수렴한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치는 절차가 일반적이었다.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결과물을 받아보는 데만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 대통령은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한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생리대, 교복 등 생활 밀접형 과제부터 공공기관 개혁, 부동산 세제 문제 등 이 대통령의 지시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 부처의 정책 자율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공직사회도 이 대통령의 '시간표'에 점차 적응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교복 가격의 적정성 문제를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정장형 교복을 생활복·체육복 등으로 전환하는 것을 권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같은 날 교복 제조사와 대리점을 대상으로 가격 조사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렸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속도'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가 과거와 달리 구체적이고, 빠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책의 속도감이 달라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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