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지출구조조정' 논란 끊는다…'의도적 절감 노력' 없으면 미인정

'무늬만 지출구조조정' 논란 끊는다…'의도적 절감 노력' 없으면 미인정

세종=박광범 기자
2026.03.30 11:18
지출 구조조정 정의 및 예시/그래픽=김지영
지출 구조조정 정의 및 예시/그래픽=김지영

정부가 예산 편성 때마다 반복되는 '무늬만 지출 구조조정' 논란 고리를 끊어낸다. 부처의 '의도적 절감 노력'이 없으면 지출 구조조정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일정에 따라 사업이 종료되거나 예측 실패 등으로 감액이 예정돼 있는 사업까지 구조조정 실적으로 포장해왔던 관행을 바로 잡겠다는 취지다.

기획예산처는 30일 임시 국무회의를 통과한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에 '지출구조조정 기준 및 추진방안'을 담았다.

그러면서 지출구조조정의 정의를 △유사중복·집행부진 사업을 정비하거나 사업 간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등 의도적 절감 노력을 통한 비효율적 사업 감축 △사업구조를 개편해 지출 효율성을 제고하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예산 절감에 기여하는 조치로 한정했다.

핵심은 정부의 '의도적 절감 노력'이다. 그동안 정부는 인구 및 산업 구조 변화, 중기계획상 사업 종료가 예정돼있거나 유사 사업을 새로 편성하는 경우 등도 지출 구조조정 실적에 포함하며 논란을 자초해왔다.

지난해만 해도 정부는 '2026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역대 최대인 27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무늬만 지출 구조조정'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예컨대 기획처의 전신인 기획재정부는 당시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예산 1145억원을 전액 삭감해 지출 구조조정 실적에 포함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2.0'이란 이름으로 부활했다. 이 사업엔 2012억원이 편성됐다. 이른바 '택갈이' 사업으로 본질은 기존 사업 증액으로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사업우선순위를 조정해 새출발기금 예산 5000억원을 지출 구조조정했다고 했지만, 해당 사업 예산은 2개월여 전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에서 7000억원 증액된 상태였다. 실상은 당초 계획보다 2000억원 증액됐는데 지출 구조조정으로 둔갑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인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 예산 291억원을 지출 구조조정 실적에 산정했다. 국가데이터처 역시 5년에 한 번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사업 예산 16억원을 지출 구조조정 사례에 포함하며 빈축을 샀다.

이에 기획처는 당초 사업계획 등에 따라 사업이 종료되거나 부처의 의도적 절감 노력 없이 예산이 자연적으로 감소되는 경우는 앞으로 지출 구조조정 내역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주기성 조사나 행사 등이 안 열리는 해의 예산 미반영도 지출 구조조정으로 보지 않는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 실적 산정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했다. 원칙적으로는 세부 사업 단위로 지출 구조조정 실적을 산정하되, 불가피할 경우에는 내역 사업 단위로 실적을 계산한다.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전년 본예산 대비 절감 규모로 계산한다. 단, 인구 및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매년 예산 확대가 불가피한 의무지출의 경우 제도 개선 전 대비 절감 규모를 지출 구조조정 내역으로 산정한다.

기획처 관계자는 "의무지출은 기본적으로 사업 대상이 늘어날 수 밖에 없어 전년 대비 예산이 줄어드는 경우가 사실상 없다"며 "의무지출은 제도를 그대로 뒀으면 돈이 들어갈 기준선에 비해 제도 개선으로 절감되는 효과를 실적으로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광범 기자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