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가계 빚이 14조원 늘며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12분기 만에 감소했지만, 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 주택관련대출이 크게 늘면서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는 이어졌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14조원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 가계대출과 카드 대금 등 판매신용을 합한 지표다. 가계대출 잔액은 1865조8000억원으로 12조9000억원 늘어 전분기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반면 판매신용은 127조3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전분기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상품별로 보면 주택관련대출이 8조1000억원 증가해 전분기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기타대출도 증권사 신용공여 확대 등을 중심으로 4조8000억원 늘며 전분기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특히 증권사 신용공여액은 올해 1분기 7조3000억원 증가해 전분기(3조3000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는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기관별로는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2000억원 감소하며 12분기 만에 감소 전환했다. 주택관련대출 증가 폭이 축소되고 신용대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이혜영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예금은행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 때문에 1분기에 조금 더 보수적으로 운용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타대출은 상여금 등을 활용한 신용대출 상환 영향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8조2000억원 늘며 전분기(+4조1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상호금융은 5조1000억원, 새마을금고는 2조4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감소 전환했음에도 전체 가계부채가 증가세를 이어간 것은 비은행권과 정책성 대출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부 수요가 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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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팀장은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 조치 시행 이전 대출 수요가 반영된 부분으로 보인다"며 "2~3월 중 농협중앙회나 새마을금고 등이 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과 집단대출 접수를 중단한 만큼 향후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주택시장 흐름은 변수로 꼽혔다. 이 팀장은 "최근 주택 매매 거래가 조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유의해서 봐야 한다"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전 매물 출회 영향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비율과 관련해선 가계신용이 안정되는 추세인 데다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어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팀장은 "올해 1분기 가계신용 증가율(3.5%)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큰 만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신용은 신용카드 이용 증가 영향으로 1조1000억원 늘었다. 이 팀장은 "4분기에는 연말 카드 이용이 많아 계절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올해 1분기 소비가 조금 좋아진 부분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번 통계부터 기존 '주택담보대출' 명칭을 '주택관련대출'로 변경하고 예금은행 전세자금대출 항목을 별도 공표했다. 전세자금대출이 2015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면서 규모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예금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5년 말 25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66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5%에서 16.5%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