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ze] ‘1박 2일’ 국제 심판 권기종 조명감독 “나는 방송의 양념일 뿐”

[매거진 ize] ‘1박 2일’ 국제 심판 권기종 조명감독 “나는 방송의 양념일 뿐”

황효진 기자
2014.01.27 10:59
[편집자주] KBS ‘1박 2일’(이하 ‘1박 2일’)은 카메라 뒤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스태프들을 제7의 멤버로 활용했다. 그중에서도 권기종 조명감독은 특유의 예능감으로 가장 뚜렷한 캐릭터를 얻었다. 시즌 1의 족구 시합에서 마음대로 판정을 내리고, 시즌 2에서 멤버들이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거침없이 심사하던 그는 시즌 3에서도 변함없이 단호하고 편파적인 심판의 면모를 발휘하는 중이다. 의 예능 신스틸러 시리즈, 그 두 번째 주인공은 ‘1박 2일’ 공인 국제 심판 권기종 조명감독이다. 계산되지 않은 멘트와 개성 넘치는 말투, 전문 방송인 못지않은 순발력과 센스로 출연할 때마다 시청자들을 웃기는 그를 만났다. 독특한 일반인이기 이전에, 그는 누구보다도 ‘1박 2일’을 사랑하는 스태프였고, 조명감독이라는 본분을 절대 잊지 않는 프로페셔널이었다. 더불어 쑥스럽게 웃는 친근한 얼굴로 마주앉은 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사람이기도 했다.
© 이진혁(스튜디오 핑퐁)
© 이진혁(스튜디오 핑퐁)

방송에서는 점퍼를 입고 있는 모습만 봤는데, 오늘은 의상에 좀 신경을 쓴 것 같다.

권기종: 아내가 특별히 챙겨준 거다. 인터뷰한다니까 이렇게 입으라고 하더라. 너무 막 입고 나가면 예의가 아니라는 거지. 이렇게 사진 찍는 건 7년 전 결혼사진을 찍은 이후로 처음이다. (웃음) 일할 때는 편해야 하니까 점퍼를 자주 입는다. 방송에 출연하려고 현장에 나가는 게 아니지 않나.

지금 어떤 프로그램들을 하고 있나.

권기종: KBS < 우리동네 예체능 >, 그리고 <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에서 출연자들이 토크하는 스튜디오의 조명을 맡고 있다. 간혹 < 맘마미아 >의 야외 촬영이 있을 때 나가기도 한다. ‘1박 2일’은 시즌 1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고.

‘1박 2일’ 시즌 3를 하면서, 다시 돌아온 유호진 PD를 보는 기분이 남다르겠다.

권기종: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현장 메인 PD로 온 이상 행동은 조심스럽게 한다. 유호진 PD 자체도 워낙 사람들한테 깍듯이 잘하는 스타일이라 스태프들이 다 좋아한다. 어떻게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내가 시즌 3에서 계속 심판을 맡고 있는 것도, 연출부에서 미리 부탁을 하면 안 할 수가 없다. 어차피 쭉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갑자기 안 한다고 해버리면 그게 이상한 거지. 다만, 나는 양념으로 들어가는 거기 때문에 욕심을 내진 않는다.

욕심은 안 내는데 웃음 포인트는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야생 5덕 테스트’ 편에서 단호하게 “땡!”을 외치는 게 인상적이었는데.

권기종: 나도 모르게 하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온 거다. 부담이 좀 되긴 하지만, 미리 ‘무슨 멘트를 할까’ 생각하다 보면 꼬여서 오히려 말을 못 한다. 사실 오버하는 걸 좀 조심하는 편이다. 여섯 명의 멤버들이 방송의 중심인데, 내가 그들을 넘어서려고 오버스러운 멘트를 하면 방송을 보시는 분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비포 선셋 레이스’ 편에서 했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도 즉흥적으로 했던 건가. “무밖에 없습니다”라고 말이 헛나올 정도로 열정적이더라.

권기종: 촬영을 나가면 아침에 큐시트를 나눠준다. 그날도 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술래: 권기종 감독님’이라고 쓰여 있었다. 촬영 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고, 게임에 몰입하다 보니 말이 헛나왔던 것 같다. 하지만 뒤늦게 좀 아쉬운 건 있다. 이게 약간 오버스러운 생각일진 모르겠는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칠 때 절대음감 게임처럼 억양에 변화를 줬으면 더 재밌었겠다 싶더라.

편파적인 심판으로 유명한데, 기준은 제작진에서 미리 정해주는 건가.

권기종: 그냥 내 마음대로 한다. (웃음) 처음 내가 출연했던 게 ‘1박 2일’ 시즌 1 경남 남해 편에서 족구 시합을 할 때였다. 갑자기 심판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강찬희 카메라 감독님이 나한테 한번 해보라고 하시더라. 그전에 내가 ‘남자의 자격’ 합창단 편에 스태프 대표로 오디션을 본 적이 있었거든. 긴장을 많이 한 상태에서 노래를 불렀더니 방송이 좀 재미있게 나왔는데, 감독님이 그걸 보고 추천해주신 거다. 그렇게 심판을 맡게 됐는데 내 귀가 워낙 얇아서 이 사람 저 사람 말에 휘둘리기도 하고, 실수한 걸 감추고 하다 보니 ‘편파적인 심판’이라는 캐릭터가 잡혔던 것 같다.

멤버들이 고생하는 걸 보면 판정을 내릴 때 살짝 봐줘야겠다는 생각도 드나.

권기종: 그런 건 없다. 시합을 할 때 박빙이 되게끔 유도를 많이 할 뿐이다. 11점 내기 족구가 11:3으로 끝나버리면 재미가 없지 않나. 간혹 멤버들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나는 스태프의 한 사람이니까 프로그램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멤버들 생각이 3분의 1이면, 프로그램 생각이 3분의 2쯤 된다. 개인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페어플레이란 결정적인 규칙은 지키되, 애매한 기준은 좀 바꿔서 방송을 재밌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야생 5덕 테스트’에서 멤버들이 판 구덩이 깊이를 잴 때는 자를 휘어서 재주던데.

권기종: 30센티 자였는데, 자를 구부려도 통과 기준엔 한참 못 미칠 것 같았다. 터무니없다, 암만 재도 안 된다는 걸 보여주려고 일부러 구부렸던 거다.

&copy; 이진혁(스튜디오 핑퐁)
&copy; 이진혁(스튜디오 핑퐁)

출연할 때마다 기사가 꽤 많이 나오는데 모니터링도 좀 하나.

권기종: 예전엔 안 했는데, < 우리동네 예체능 >에 출연했던 걸 계기로 지금은 한다. 그때 실시간으로 검색어 순위까지 막 올라가고, 주변에서 기사 나온 것에 대해 이야기도 많이 해줬거든. 그리고 꼭 내가 출연하지 않았더라도 ‘1박 2일’ 방송날이면 기사로 시청률을 자주 확인한다. 제작진과 워낙 친하기도 하고, 스태프의 한 사람으로서 시청률이 많이 올랐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프로그램이 잘돼서 길게 가면 결과적으로 나한테도 좋은 거니까.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겠다.

권기종: 그렇다. 바로 알아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어떤 분들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하면서 긴가민가하신다. 물론 혼자 길을 걸을 때보다 촬영장에 있을 때 더 많이들 알아보시더라. 꼬마들, 젊은 사람들, 연세 드신 분들 가리지 않고 “심판이다!” 하고 이야기해주신다. 아, 어떤 분들은 정색을 하면서 심판 좀 잘 보라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나를 조명감독이 아니라 진짜 심판으로 알고 계신 건지. (웃음)

강원도의 한 식당에서는 사인도 해줬다던데.

권기종: 그 이후로도 사인을 해달라거나, 사진을 같이 찍자는 요청이 많았다. 나는 연예인도 아니고 조명하는 사람인데, TV에 나오니까 신기하게들 생각하시는 거지. 처음엔 사인이 따로 없어서 ‘1박 2일 국제 심판’이라고 써드렸다. 그다음엔 간단하게 사인을 만들어서 연습도 했고. 좀 쑥스럽지만, 뿌리치기가 애매하다. 내가 별것도 아닌데 그런 요청들을 거절하면 부탁하시는 분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나. 반면, 같이 일하는 다른 스태프들 보기에 민망한 건 있다.

그중에서도 강찬희 감독은 본인을 방송에 출연하게 해준 사람인데, 혹시 맛있는 걸 사달라고 이야기하진 않나. (웃음)

권기종: 그런 말씀은 한 번도 안 하셨다. 예전에 “내가 그때 기종이를 추천하길 잘했어”라는 말만 한 번 하셨다. 나 스스로도 감독님께 맛있는 걸 사드려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왜냐하면… 감독님이 나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버시니까. (웃음) 나보다 연배도 훨씬 많으시다. 그래도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맛있는 걸 사드리려고 한다. 그런 걸 잊진 않고 있다.

심판을 볼 때 출연료를 따로 받는 건 아닌가 보다.

권기종: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나 역시 딱히 바라지 않고. 같은 스태프로서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방송에서 섭외가 들어온 적도 있나.

권기종: JTBC < 상류사회 >에 열다섯 번 이상 나갔던 것 같다. 담당 PD가 KBS 출신이라 섭외 요청을 하더라. 내가 크게 재미있어서 그렇다기보다, 일반인인데 이미 방송에 노출이 됐다 보니 또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물론 ‘기본은 하겠지’라는 생각도 있을 거다. 그러다가 방송이 별로 재미있게 안 나오면, 제작진들이 ‘응?’ 하고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 (웃음)

지인들의 평가는 어떤가.

권기종: 일단 어머님은 굉장히 좋아하신다. 부모님들은 자기 자식밖에 안 보이니까, 방송 끝나고 나면 ‘밝은 옷을 입어라, 머리를 자르지 그랬냐, 다음 주도 나오냐’ 그러신다. 그러면 “엄마,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 다음 주에 왜 또 나와요?”라고 말씀드리지. (웃음) 친구들은 재미있다는 쪽도 있고, ‘왜 이렇게 심판을 못 보냐’라고 하는 쪽도 있다. 딱히 그런 게 아닌데, TV에 나오니까 출세했다고 생각하는 애들도 있는 것 같다. 모임에 나가면 자식들이 좋아하니까 누구 사인 좀 받아달라는 이야기도 많이 하더라.

그런 모임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 심판을 보기도 하나. (웃음)

권기종: 친구들이랑 만났을 때 게임 같은 건 안 한다. 어릴 때는 게임을 해서 지면 술 한 잔씩 마시고 그런 걸 했지만, 요즘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술자리에서 그런 걸 하자고 하면 친구들한테 욕먹는다. 제안도 못 할 정도다. (웃음) 그냥 원래 내가 엉뚱한 말을 잘 하고, 실없는 얘기도 많이 하는 편이라 말장난만 한다.

말을 워낙 재미있게 해서 혹시 어릴 때 방송인을 꿈꾸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권기종: 어릴 땐 개그맨이 꿈이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웃긴 아이였거든. 부채도사나 황기순 흉내도 많이 냈다. 고등학교 땐 연극부 활동을 했고, 대학도 연극과에 가고 싶어서 준비를 했었다. 고 1 때부터 신길동에서 선릉역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봉산탈춤을 배웠다. 연극과에 가려면 특기가 있어야 하니까. 독서실 옥상에서 혼자 연습도 했다. 그런데 막상 입시 면접을 볼 때 학교 측에서 “이번에 탈춤은 특기로 인정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더라. 나처럼 탈춤을 준비해온 애들이 너무 많았던 거다. 그렇게 떨어지고 나니 집에서 심하게 반대를 했고, 다시 도전도 못 해봤다.

그럼 아예 스태프로 방향을 튼 건 어떤 계기였나.

권기종: 극단을 갈까, 어쩔까 하다가 마음을 바꿔서 스무 살 때 캐드(CAD, 컴퓨터를 사용한 자동설계)를 배웠다. 그런데 군대에 다녀오니 너무 많이 바뀌어 있더라. 같이 공부했던 여자애들은 좋은 데 이미 취직했고, 나는 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 났다. 그때 카메라 감독을 하던 동네 형의 소개로 스태프 일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그냥 방송 쪽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어서, 조명에 재미를 붙였다기보다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는 게 좋았다. 그러다 6개월 만에 입봉을 했는데, 제일방송의 < 다시 서는 중소기업 >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현장도 다니고 아이템도 내면서 열심히 했다. 그렇게 17년 동안 이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하다 보니 조명의 매력은 무엇인 것 같나.

권기종: 조명이 잘 되는 날이 있다. 조명도 예능, 드라마, 인터뷰마다 다 다른데, 하다 보면 ‘뒤에 조명이 잘 먹었어’, ‘주광(조명에서 그 방향이나 방해광선과 관계없이 제일 두드러지는 광선)을 줬는데 잘 먹었어’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PD나 카메라 감독이 흡족하다고, 고맙다고 할 때 제일 할 맛이 난다. 사실 예능에서는 조명이 디테일하게 많이 못 들어갈 때가 있다. 그렇다고 카메라에 걸리는데도 굳이 조명을 넣겠다고 고집부리면 안 된다. 전체적인 상황과의 어울림이 가장 중요하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만큼 방송 일은 좀 그런 것 같다.

전문 방송인은 아니지만,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있을까.

권기종: 없다. 우연찮은 기회가 있으면 모를까, 일부러 어떤 방송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런 건 오버 아닐까. 오버하면 사람이 이상해진다. 내 본분은 조명을 하는 거다. 지금은 본분을 지키는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도와주는 거니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출연을 하고 있는 거지.

시청자들이 본인을 흥미롭게 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권기종: 내 말투가 똑 부러지지 않고, 좀 빈틈이 있다. 생뚱맞은 말도 하고. 목소리 톤 자체가 높고 가늘어서 들었을 때 부담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얼굴도 약간 시골틱하게 생기지 않았나.

혹시… 고향이 어딘지 물어봐도 될까.

권기종: 서울에서 태어나 쭉 살았다. 이렇게 얘기해도 사람들은 잘 안 믿는다. (웃음)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내가 던진 말의 파문

-제26화. 신년 다이어트

-가장 보통의 오지랖

< 아이즈 >와 사전협의 없이 본 콘텐츠(기사, 이미지)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