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토피아’를 지켜냈던 경찰 콤비 주디와 닉이 돌아왔다. 무려 9년 만의 후속작이다. 글로벌 흥행 수익 1억 2,000만 달러, 국내에서도 470만 관객을 모집했던 히트작 치고는 꽤나 늦은 행보다. 그나마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이에 1년이 모자라는 것이 다행이다. 허나 그만큼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예쁜 토끼 주디와 넉살 좋은 여우 닉이 더욱 반갑다.
그때의 관객은 지금에 많은 나이를 먹었는데, ‘주토피아2’의 시간은 찰나처럼 거의 흐르지 않았다. 당장 지구와 우주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 ‘어벤져스’의 배우들도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어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데, 주토피아를 지키는 슈퍼 경찰 주디와 닉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제작진이 마음만 먹는다면 영겁의 세상을 살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세계가 새삼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변하지 않은 것은 ‘주토피아’의 시간뿐만이 아니다. 어쩌면 주디와 닉은 그래서 돌아왔는 지도 모른다. 전작 ‘주토피아’는 비단 아이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동물들의 어드벤처만 그린 건 아니었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을 구분 짓고, 그 세계에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을 조망했다. 현실 세계에 존제하는 인종 문제에 대한 풍자다. 나아가 그 편견에 맞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주디를 통해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Love myself’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하지만 1년이 모자란 10년이 흐른 지금, ‘주토피아’가 이야기했던 문제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대중적인 인식은 개선됐어도, 깊숙이 내제된 편견은 오히려 곪고 곪아 혐오로 터져 나온다.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시발점, 2020년 미국에서 일어났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그 예다. 올해도 LA에선 이민 단속에 반발한 대규모 충돌 및 시위가 일어났고, 이는 1992년 LA 한인타운 폭동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현재 혐오 문제는 인종에 국한되지 않는다. 성별에 대한 편견 역시 혐오로 확장됐으며, 젠더 갈등, 지역 갈등 등 수많은 사회 문제들이 팽팽하게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주토피아’의 주디처럼 나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 만큼, 오히려 타인에 대한 아량이 좁아진 모양새다. 주디가 가지고 있었던 ‘주토피아의 시민을 지킨다’라는 신념을 지운 맹목적인 자기 사랑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자아 비대로 변질됐다.
그래서 주디와 닉이 출동한다. 1편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주디와 닉의 경찰 생활은 극적으로 변하진 않았다. 티 내며 드러내진 않아도 여전히 토끼와 여우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허나 둘이기에 괜찮았던 영혼의 파트너 주디와 닉 앞에 정체불명의 뱀 ‘게리’가 나타나면서 사건이 일어난다. ‘주토피아’의 메인 장르라 할 수 있는 수사 모험극의 시작이다. 다만 이번엔 주디와 닉이 범죄의 추적자이자 용의자가 되어 서사 전개에 스릴과 스피드를 배가했다.

용의자가 된 만큼 주토피아를 떠난 주디와 닉은 다양한 지역을 활보한다. 파충류들이 살고 있는 습지 마켓, ‘주토피아 건립 100주년 공연’이 열리는 사막 지대, 눈보라에 파묻힌 툰드라 지대는 눈의 호사와 함께 세계관의 확장을 이룬다. 지역의 구분을 만드는 것은 ‘기후장벽’이라는 덕분이다. 서사의 열쇠를 쥔 설정이자, 기후 변화라는 공통된 과제를 이야기하는 디즈니의 세심한 터치다.
독자들의 PICK!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습지 마켓이다. 전작이 포식자와 사냥감으로 구분되는 포유류의 향연이었다면, 이번엔 더 먼 곳을 바라본다. 파충류를 비롯해, 물개, 바다사자, 고래 등 수생 포유류의 모습을 담았다. 주토피아에서 쫓겨나 살아가는 파충류들은 유럽과 미국을 시끄럽게 한 난민과 이민자의 은유다. 도시 외곽에 만든 군락은 일종의 슬럼이며, 이곳을 향한 멸시와 공권력의 행사는 빈부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우리 사회를 반영한다.

그렇게 ‘주토피아2’는 수많은 사회 문제를 작품 안에 녹여낸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개인과 집단 행동은 여전하며, 세계관 최고 인기 가수 ‘가젤’의 공연은 현실의 퀴어 축제를 패러디 했다. 심지어 제작진은 또 한 마리의 주인공인 ‘게리’의 종족을 뱀으로 선택했다. 성경에서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를 유혹해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이래 오랜 시간 인간에게 혐오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동물이다.
무거운 이야기를 늘어놨지만, 이런 메시지를 귀엽고 유쾌하게 풀어냈기에 성공했던 ‘주토피아’다. 심지어 이번엔 디즈니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저작권 요소까지 작품에 녹여냈다. 제작진은 이번에도 동물들의 의인화가 품을 수 있는 매력의 영역을 마음껏 활개친다. 동물들의 특징을 포착해 다양한 유머로 승화시켰다. 특히 파충류나 수생 포유류들은 독특한 습성이 많은 만큼 그 모습이 더욱 다이내믹하게 관객에게 파고든다.

세계관 확장에 힘을 쓴 만큼 전작의 매력 포인트를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토피아’가 낳은 최고의 스타 나무늘보 ‘스파크’가 울리는 웃음벨은 기대해도 좋다. 북극뒤쥐이자 암흑가의 보스 ‘미스터 빅’과 그의 가족, 양이자 전작의 흑막 ‘벨웨더’, 사막여우이자 주디와 닉의 영원한 베이비 ‘핀닉’ 등 전작의 캐릭터들이 여전히 귀여운 존재감을 과시한다. 덕분에 러닝타임 내내 귀여움을 향한 탄성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주토피아2’는 그렇게 메시지와 재미를 함께 녹여낸 작품이 됐다. 아이들에게는 24시간 보고 있어도 즐거울 영화이며, 어른들에겐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전연령층을 공략할 줄 아는 디즈니이기에 가능한 지점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서로를 포용하고 포옹하는 것이야말로 주디와 닉의 모험이 주는 해답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함께 사는 동물들의 주토피아가, 그리고 인간의 유토피아가 언젠가 실현되길 바라는 희망의 영화, 그것이 ‘주토피아2’다.
권구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