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범이 발매 전부터 관심을 받는 경우는 다양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와이의 정규 앨범을 향한 관심은 그 결이 조금 달랐다. 음악 그 자체보다는 정치적인 움직임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베일을 벗은 앨범은 '정치 논리'라는 좁은 틀로 재단하기엔 아쉬웠다.
앞서 비와이는 Mnet '쇼미더머니12' 피처링 무대에서 '선관위'를 연상케 하는 가사를 선보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정식 음원에서는 해당 가사를 스스로 묵음 처리하며 화제를 피하지 않았다. 특히 새 앨범에도 비슷한 결의 메시지가 담길 것을 암시해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5월 29일 앨범이 공개되자마자, 대중의 귀는 민감한 지점들에 쏠렸다. 'X까 공산주의'라는 직설적인 가사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육성이 샘플링된 부분들은 단숨에 논쟁의 불씨가 됐다. 때마침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참정권이 침해되는 사태가 벌어지며, 일각에서는 그를 미래를 예견한 선구자로 치켜세우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POP IS CRYIN'은 결코 '정치적 메시지'라는 키워드로 치환될 수 없는 작품이다. 앨범 곳곳에 포진한 논쟁적 요소들은 단순히 래퍼 개인의 정치 성향을 설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진짜 메시지는 제목 속에 숨겨져 있다. 표면적으로 'POP IS CRYING'은 '팝(대중음악)이 울고 있다'는 뜻을 지닌다. 그러나 이를 소리 내어 발음해 보면 금세 'Papi is CRYING', 즉 '아빠가 울고 있다'는 의미로 확장된다. 비와이는 이 두 가지 '울음' 사이에서 자신이 겪은 실패와 갈등, 그에 뒤따르는 감정을 밀도 있게 토해낸다.
첫 번째 울음은 음악인으로서 맛본 뼈저린 실패를 다루고 있다. 스윙스, 도끼, 박재범 등 한국 힙합 씬의 거물들이 내민 손을 거절하고 독립을 택했던 비와이는, 이른바 '박거손(박재범 거르고 손심바)'이라는 조롱 섞인 꼬리표와 함께 험난한 길을 걸었다. 야심 차게 영입한 손심바는 불미스러운 '110.12' 사건으로 퇴장했고, 그가 이끌던 레이블 데자부 그룹은 지난 5월 1일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실패한 레이블의 대표이자 조롱받는 래퍼가 된 다양한 심경은 앨범 초반부를 관통한다.
중반부 이후부터 도드라지는 두 번째 울음은 신앙인이자 어린 딸을 품에 안은 아버지로서 겪는 고뇌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비와이에게 "재물을 좇아서는 안 된다"는 건 당연한 신념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된 순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돌보아야 한다는 현실적 의무도 그를 덮친다. 자식을 위해서는 세속의 돈을 추구해야만 하는 모순, 그 상반된 가치관의 충돌이 비와이에게 끝없는 고뇌를 안다.
독자들의 PICK!

여기서 비와이는 멈추지 않는다. 실수를 새 사부로 삼아 래퍼이자 아버지로서 부활을 처절하게 꿈꾼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 아이의 옹알이 소리로 끝맺음되는 것은, 그가 겪은 갈등과 재건 의지의 종착지가 결국 '아이와 가족'이었음을 묵직하게 암시한다.
논란이 된 정치적 가사나 육성 샘플링은 일방적 이념의 전파가 아니라 이러한 생존의 서사에서 작동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연설은 모든 것을 잃은 후 다시 일어서겠다는 비와이의 결연한 '재건 의지'를 나타내는 극적 장치이며, 'X까 공산주의'라는 거친 배격 역시 역설적으로 내 가족만큼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가장의 맹렬한 본능을 압축한 표현에 가깝다.
'선관위' 가사를 쓰며 강력한 파장을 예고했던 것에 비하면 앨범의 직접적인 수위는 오히려 약하다고도 볼 수 있다. 뻔히 논쟁이 붙을 상황에서 이러한 선택을 내린 것도 비와이 본인이기에 쏟아지는 비판의 책임도 온전히 그의 몫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가사들이 단순한 우파 사상 전파용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렇듯 치열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소모적인 이념 논쟁 탓에 앨범의 사운드적 성취가 부각되지 못하는 점은 몹시 아쉽다. 비와이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힙합이라는 장르 고유의 매력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전곡 셀프 프로듀싱에 나선 그는 거친 질감의 전자적 사운드와 라이밍에 집중한 극단적인 플로우 등을 바탕으로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꾹꾹 눌러 담았다. 누군가는 과잉이라고 지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과도함이 리스너들을 강하게 빨아들이며 때로는 더 과도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정리하자면 'POP IS CRYIN'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앨범이자 사운드 자체만으로도 힙합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충분히가지고 있는 앨범이다. 지금은 엉뚱한 정치적 갈등이 평가 상단에 위치해있지만, 부디 이 앨범이 음악이라는 측면에서 더 많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