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클로저데이', 스필버그가 혼란의 시대에 던지는 질문

'디스클로저데이', 스필버그가 혼란의 시대에 던지는 질문

정수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6.11 07:3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진실은 우리를 하나로 모을까?'" 인간애 담은 거장의 외계인 3부작 종결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는 미지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비밀조직 워덱스와 진실을 알리려는 이들의 추격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외계 존재를 소재로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은 인간애와 공감 능력 등 인간의 중요 덕목을 강조하며 인간을 다루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SF적 쾌감이나 미스터리 스릴러의 파고는 덜하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감독의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외계인, 아니 그 어떤 종류를 막론하고 미지의 존재를 믿는가? 나부터 답하자면, 믿는다. 동일선상은 아니지만 나는 종교를 떠나 신의 존재를 믿고, 외계인은 물론 귀신이나 도깨비, 요정 같은 초자연적 존재도 있을 수 있다 생각한다. 이 광활한 우주에 인간만 존재한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하다고 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디스클로저 데이’가 생각보다 충격적이지 않았던 건, 그런 믿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미지의 존재보다 더 압도적으로 팍팍하고 절망적인 현실 때문이려나.

‘디스클로저 데이’의 시놉시스는 무척 간단하다.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누군가가 그것을 증명한다면, 그게 당신을 두렵게 하나요? 진실은 80억 인류 모두의 것입니다.’ 이게 다다. 국내 언론시사회는 개봉 전날인 6월 9일 진행됐고, 개봉일인 6월 10일 오전 10시까지 ‘엠바고’가 걸릴 만큼 영화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공개된 포스터 또한 영화의 내용을 유추할 수 없는 이미지로 구성됐고, 문구 또한 단순하게 ‘우리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만 담겼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영화를 이끄는 건 크게 두 집단. 먼저 진실을 은폐하려는 이들이 있다. 미지의 존재를 숨기고, 오히려 미지의 존재를 이용하고 심지어는 학대하며 조직적으로 실험 및 관리해온 비밀조직 워덱스(WARDEX)가 한 축이다. 반대편엔 워덱스 출신이지만 인류에 진실을 알리고자 반기를 든 이들이 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 다니엘 켈너(조시 오코너)가 무려 79년치의 데이터 기록을 들고 도주 중이고, 그를 후방에서 지원하는 휴고 웨이크필드(콜먼 도밍고) 무리가 있다. 그리고 캔자스시티 지역 방송국에서 기상캐스터로 일하는 마거릿 페어차일드(에밀리 블런트). 어느 날 의문의 홍관조를 마주한 것을 계기로, 마거릿에게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나더니 급기야 방송에서 의미불명의 외계어를 쏟아낸다. 워덱스가 숨긴 진실에 맞닿아 있는 마거릿과 다니엘을, 워덱스의 리더 노아 스캔론(콜린 퍼스) 무리가 추격하는 것이 영화 전반의 내용이다.

영화는 중반까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애인과 함께 천신만고 끝에 워덱스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다니엘과 알 수 없는 기현상을 겪는 마거릿의 상황을 배치하고, 노아가 의문의 ‘장치’를 활용해 타인에 접속해 심리를 조종하며 추척하는 과정을 엮으며 긴박감을 생성한다. 특히 장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히 무적에 가까운 상황들이 펼쳐져, 전율과 함께 보는 재미가 있다. 마거릿과 다니엘이 추적을 따돌리는 과정에서 보이는 카체이싱이나 기차 충돌 신도 꽤 역동적. 다만 1990년대~2000년대 초반 SF영화를 보는 듯한 클래식한 분위기가 지배적인 점이 요즘 관객들에게 조금 이질적일 순 있겠다. 스필버그 감독의 여러 영화에 각본으로 참여한 데이비드 코엡과 스필버그 감독의 페르소나 작곡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존 윌리엄스의 참여도 이런 클래식한 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에밀리 블런트와 조시 오코너, 콜린 퍼스 등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에 집중시키는 큰 요소. 드라마 ‘더 크라운’ 시리즈와 영화 ‘챌린저스’ 등으로 매력적인 배우로 발돋움한 조시 오코너는 진실을 밝히고자 하면서도 유약한 면모로 끊임없이 주저하고 흔들리는 다니엘의 내면을 잘 표현했다. 러시아어와 한국어, 심지어 외계어까지 마스터한 에밀리 블런트의 열정에도 찬사를 보내게 된다. 해외 시사 이후에도 에밀리 블런트 연기에 대한 찬사에는 이견이 없을 정도다. 콜린 퍼스의 존재감이야 두말하면 입 아프고.

이 영화가 말하는 미지의 존재와 그 파동이, 1970~80년대가 아닌 2026년의 관객에게 압도적 충격을 줄까 하는 의문은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미지와의 조우’(1977)와 ‘E.T’(1982),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 등 영화 인생 전반에서 외계라는 소재를 다양한 작품으로 풀어낸 바 있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미지와의 조우’ ‘E.T.’에 이어지는 외계인 3부작처럼 보이기도 한다. 1947년 미국 로즈웰 UFO(미확인 비행체) 사건을 비롯해 각종 UAP(미확인 이상현상) 정보를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숨겨왔다는 영화적 설정은 이미 꽤나 현실에 기반해 있다.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만든 UFO와 UAP 관련 자료 공개 사이트(www.war.gov/UFO/) 조회수가 자료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10억 뷰를 기록한 것을 보라. 미국인 절반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정부가 UFO에 대한 정보를 은폐한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도 있을 정도다. 영화의 설정 자체가 센세이션한 것은 아니란 소리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디스클로저 데이’는 SF영화로 보기엔 장르적 쾌감이 덜하고, 미스터리 스릴러로 보기엔 드러나는 진실의 파고가 덜하다. 미지의 존재를 말하지만, 오히려 타인의 심리를 조종하는 장면 등을 보면 스필버그 감독의 지극한 인간애, 휴머니즘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감독은 영국 프리미어 인터뷰에서 ‘외계의 존재를 다룬 것도 맞지만, 중요한 건 이 영화가 인간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외부의 존재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결속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건데, 영화에서 인간의 중요 덕목으로 ‘공감 능력’을 꼽은 것만 봐도 이 거장이 미지의 존재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를 유추할 수 있다.

과연 인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이 영화를, 현실에 찌든 우리가 순수한 감정으로 대할 수 있을까? 아니, 영화가 줄기차게 외치는 그 진실을 우리는 원할까? 진실이 알려져도 전 세계가, 2026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미지의 존재에 놀라고, 그 존재를 계획적으로 은폐해 알 권리를 침해한 비밀 조직에 분노할까? 혹은 그 미지의 존재가 누군가에겐 종교로 비쳐지고, 그로 인해 경외심에 몸을 떨게 될까? 글쎄.

‘디스클로저 데이’ 러닝타임은 145분, 12세 이상 관람가다. 수십 년 넘게 미지의 존재를 좇은 거장이 펼쳐내는 인간에 대한 따스한 애정과 영화적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잠시라도 이 피곤한 현실에서 시선을 돌리고 싶다면 관람을 권한다.

정수진(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