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철도시설공단의 '괴문서 타령'

[기자수첩]철도시설공단의 '괴문서 타령'

장시복 기자
2009.03.09 08:25

"괴문서가 돌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오전 경부고속철도 2단계 부실시공 의혹이 1단계까지로 확산되자, 부랴부랴 과천 정부청사에서 해명 회견을 연 철도시설공단 김상균 부이사장이 밝힌 말이다. 철도 관련 업체간 과당 경쟁으로 특정사가 근거없는 의혹을 퍼뜨리고 있다는 게 요지다. 그는 해당 업체에 대해선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엄포했다.

그럼에도 당시 회견 현장에선 "공단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다수를 차지했다. 속속 드러나는 의혹에 대해 진심어린 반성이나 개선 의지없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실제 침목 균열 문제로 촉발된 부실시공 의혹은 늑장 보고, 거짓 해명, 관리 소홀, 임직원 비리 등 공단의 구조적 문제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이번 논란은 대구~부산 2단계 사업구간 현장 중 콘크리트 침목 300여개에서 균열이 생겨 부실 시공된 것으로 드러난 게 발단이다. 자칫 이에 대한 문제 제기없이 공사가 진행됐다간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인명 사고를 초래할 뻔 했다는 게 철도학자들의 지적이다.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3분의 1 이상 침목 부설공사가 진행된 상태지만 공단은 부실공사에 대한 사전 적발은커녕, 침목 제조사·시공사·감리사의 책임소재 조차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그만큼 공단의 '안전 불감증'은 극에 달했다는 점이 이번 논란의 본질이다.

침목 문제가 드러나기 전부터도 부실시공 의혹이 있었다. 공단은 지난달 부산 금정터널 인근에서 균열 발생으로 토사가 무너져 내린 것을 알고도 임시조치만 한 채 관통식을 강행했고 또 이런 사실을 정부에 보고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공단은 자신들의 주장에 유리하도록 거짓 자료를 내 눈총을 받기도 했다. 현재 다수의 공단 임직원들은 공사 입찰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각종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도 공단이 여전히 괴문서 운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 성장'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집중키로 하면서 친환경 고효율 교통수단인 철도가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철도산업이 녹색성장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으려면 우선 안전에 대한 공단의 인식 개혁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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