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천안 미분양 현장 가보니…車경품 내걸어도 '썰렁'

"저렴한 가격에 큰 평수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회", "특별조건분양, 즉시 입주가능", "계약금 300만원에 내집마련을…"
지난 11월27일 천안시 두정동 일대 모델하우스 밀집지역. 대로변에 늘어선 모델하우스들은 각기 현란한 플래카드를 걸어놓으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 건설사는 아예 고급 승용차를 모델하우스 앞에 전시해 계약자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들 건설사는 대부분 2~3년 전부터 분양을 시작했지만 아직 미계약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상담원 3~4명이 텅텅 빈 모델하우스를 외롭게 지키고 있다. 상담원들은 한결같이 "수도권 청약 시장은 딴 세상 얘기 같다"고 입을 모았다.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두고 수도권 청약 시장이 막바지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준(準) 수도권'이라 불리는 충남 천안은 여전히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천안시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천안의 미분양 물량은 7719가구에 달한다. 지난 3월 미분양 물량이 8894가구로 정점을 이룬 뒤 매달 100~300가구 정도씩 감소한 결과다.
언뜻 보면 미분양이 원활하게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사실상 '착시 효과'에 가깝다. 올 들어 천안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단 한곳도 없기 때문에 자연 감소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롯데건설 등 일부 건설사가 상황을 지켜보며 분양을 준비 중이긴 하지만 겨울 비수기 등을 고려할 때 연내 사업에 나서긴 어려울 전망이다.

오히려 2006~2007년 사이 분양됐던 아파트들의 준공검사가 최근 이뤄지면서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증가하는 추세다. 9월 말 천안시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1123가구였지만 10월 말에는 2199가구로 급증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2005~2007년 당시 분양아파트들의 준공검사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악성 미분양 물량이 늘었다"며 "앞으로 20여 개 단지가 준공검사를 앞두고 있어 준공 후 미분양은 추가로 늘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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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적체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수요에 비해 일시적으로 아파트가 과잉공급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5~2007년 사이 많은 건설사들이 KTX(천안·아산역)와 수도권 전철 연결 효과를 기대하며 물량을 대거 쏟아냈다.
현지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초에는 KTX·수도권전철 연결 등으로 유입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으로 `준 수도권돴인 천안 경제마저 역풍을 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취·등록세와 양도세 감면 혜택이 수도권에서도 동시에 이뤄지다보니 청약 온기가 전달되기 보다는 수도권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다 경기 침체로 인해 낮아진 기존 시세보다 비싼 분양가도 수요자들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불당동의 B공인 관계자는 "천안의 8학군이라 불리며 학군과 입지가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 불당동의 주요 아파트 들이 3.3㎡당 700만원 후반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여기보다 입지가 떨어진 두정동, 백석동, 용곡동 등의 신규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비슷하거나 높다보니 천안 수요자들이 찾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안시는 미분양 주택 문제와 관련 장기적으로 국제비즈니스 파크 등을 조성해 기업들을 다수 유치, 인구를 유입시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제비즈니스파크가 토지주들의 반발로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전반적인 실물 경기가 살아날 때 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