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매수 호가 괴리 큰탓" 건전한 조정 필요…실수요자 중심 대책 필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대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진 않았지만 대표적 규제로 인식돼 온 이들 자치구의 투기지역을 해제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일단 투기지역에서 풀리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선이 현재보다 10%포인트 상향된 50%를 적용받는다. 여기에 3주택 이상자의 경우 양도소득세에 10%포인트 가산세가 붙지 않아 부동산을 팔 때 세금부담이 줄어든다.
결론적으로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격인 강남3구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줄이면 매수와 매도를 자극, 전체 주택시장의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란 게 정부의 기대다.
국토해양부는 이런 논리에 입각해 그동안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를 주장했다. 대출 규제를 풀다간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로 선을 그었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도 4·11총선 이후 입장 변화를 보여 규제 완화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이같은 태도 변화가 감지되자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규제 완화의 명분으로 내건 '부동산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달성하려면 주택가격의 조정 국면을 좀 더 인내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주택거래가 부진한 이유는 매수와 매도 가격간 괴리가 크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수요자 입장에선 '현재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도 호가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정부가 끊임없이 추가 대책을 내놓거나 관련 뉘앙스를 풍긴 탓에 매도가격이 적정 수준까지 내려가지 않고 결국 거래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급매물로 내놓으면 소진되고 있는 현상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런 정부 정책이 매도자의 가격 결정을 왜곡시켰고 거래 침체를 더욱 깊게 만든 주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특히 수도권 집값이 떨어졌다고 걱정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조정을 겪은 수준도 아니다"며 "더구나 미국의 경우 가계 수입의 30%를 주택 구입으로 인한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강남3구의 DTI가 40%로 제한돼 있는 것은 일반적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독자들의 PICK!
특히 대출규제를 풀 경우 가계부채로 인해 경제의 주름살을 깊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부채 경제학과 한국 가계 및 정부 부채' 보고서를 보면 이자상환비율은 현재 2.72%로 가계부채 수준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임계치(2.51%)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을 쓴다는 건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고가 주택과 대형 면적이 많은 강남3구의 규제를 완화하기보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주택 매수 여력을 늘려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충고가 나온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구매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강남3구에 초점을 맞춰 인위적 부양책을 쓰면 효과도 미미하고 후유증도 커진다"며 "한정된 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선 저소득층에겐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차상위계층에겐 생애최초주택대출의 기준 완화 등을 통해 주택구입을 돕는 정책을 내놓는 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