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보다 결속력 약하고 소액이어서 외면, 공명심으로 시작해 자존심 싸움으로 확대

#서울 서초구 A오피스텔 번영회장 최모씨는 지난 10월 법정구속됐다. 관리단이 주차비를 과다 부과했다는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폭행과 무고 혐의로 10개월형을 받았다.
최씨는 오피스텔 입주 가구당 1대는 무료 주차이지만, 이 오피스텔 관리단은 약 900실에 대해 주차비를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관리단이 주차 수입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탈루하고 수선 충담금으로 직원들의 휴가비를 지급했다고 시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은 법원에서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리업체에 따르면 4년간 최씨가 관리업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건수는 80여건으로 이중 1건만 승소했을 뿐이다. 최씨는 구속 중에도 16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B상가 세입자인 최모씨도 상가관리비 문제로 시장협의회를 상대로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싸움을 벌이다 결국 패소했다. 그는 시장협의회가 회비를 연체했다며 단전조치를 취한 데 대해 업무방해혐의로 소송을 진행해 왔다.
그는 시장협의회를 상대로 또 다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변호사 수임료가 없어 관련법을 공부해가며 직접 변론에 나서고 있다. 그는 관리비를 받을 자격이 없는 시장협의회가 세입자를 상대로 높은 관리비를 요구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관리단은 상인회에 관리비에 대한 권한을 사실상 위임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항변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이 사건은 1심에서 시장협의회 주장이 받아들여진 상태다.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집합건물 관리비 문제를 둘러싼 '나홀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122만개의 집합건물 개별소유자 중 공동으로 관리인이나 관리위원회의 부조리 문제로 시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모두 개인이 관리업체를 상대로 문제삼는 경우만 있을 뿐이다.
시 관계자는 "관리비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이들 대부분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자'는 공명심에서 시작했다가 이해 관계가 얽히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진 사례가 많다"며 "아파트가 공동 이익에 한 목소리를 내는 반면, 집합건물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면에 나서기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관리비 규모가 크지 않은 것도 '그냥 넘어가자'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이유라는 의견이다. 관리비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 상가 세입자는 "관리비 차이가 많아야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여서 다들 둔감한 것 같다"고 무관심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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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업체와 관리비 문제로 소송중인 시내 한 오피스텔 소유자는 "관리비가 옆 건물에 비해 두 배나 비싸다는 점을 다들 인식하면서도 정작 문제를 일으키면 꽁무니를 빼기 일쑤"라며 "어쩌다보니 내가 전면에 나서기는 했지만 송사에 휘말려 괜한 싸움을 시작했다는 생각만 든다"고 토로했다.
아파트와 달리 집합건물은 관리주체 선정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관청에 자료 공개의무가 없다보니 세입자나 소유자의 공개 요구도 묵살되기 일쑤다.
관리주체를 변경하려면 소유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활성화에 실패했거나 오래 운영된 집합건물의 경우 소유자들이 관리주체에 관심조차없다.
동대문의 한 상가 관리단 관계자는 "인기없는 상가 소유자들은 관심을 끊는 경우도 있어 작은 정관 하나 변경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행사나 분양업체는 계약서에 관리업체 선정권한을 위임해 줄 것을 동의하는 항목을 만들기도 한다. 이 경우 관리단 선정 위임을 하지 않으면 계약할 수 없는 것이다.
개인정보 공개 동의를 하지 않으면 특정 사이트에 회원가입되지 않는 식이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집합건물 관리업체 부조리의 고리가 구분소유자 동의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며 "분양업체나 시행사가 특정 관리업체를 밀어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집합건물의 행정개입이나 관리비 공개 의무 등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는 소유자의 적극적인 공동 대응으로 여론의 관심을 모아야 제도 개선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집합건물법 관련 송사에 휘말린 세입자나 소유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지만 시가 행정적으로 관여할 수 없어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기 재산을 적극적으로 지키려는 공동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변화 요구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며 적극적인 공동대응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