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현장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더군요.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는 걸 강조하는데 울화통이 치밀어서 혼을 냈습니다."
아직 영어로 말하는 게 더 편하다는 건설업계 CEO(최고경영자)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안전'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훨씬 전에 나눈 대화였다. 그는 임직원에게 공사현장에서 사상자는 '제로'인 게 기본이며 원칙이라고 강조했는데 오랫동안 굳어진 사고방식이 언제 바뀔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도 했다.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건설업계에도 만연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한 건설사 직원 A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사현장에서의 안전사고 발생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A씨는 "제2롯데월드가 최고층으로 주목받다보니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계속 이슈화된다"며 "사실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 공사현장에서는 더 많은 인부가 죽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공사현장에서는 으레 있을 수 있는 사건인데 새삼스럽게 부각된다는 얘기다.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한국에 '빨리빨리' '대충' '나만 아니면 돼' 식의 생각이 만연한다는 건 이미 누차 지적된 얘기다.
하지만 놓친 게 하나 더 있다. A씨처럼 '괜찮다'식의 인식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 일본인은 그동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괜찮다'는 표현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괜찮다' 식의 문제가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세월호가 화물 적재량의 2배를 과적한 것을 지적할 경우 한국 사람들은 "그동안 계속 그래왔는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괜찮다"고 답하는 식이다.
우리는 기본과 원칙에서 벗어날 때 '괜찮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속도제한이 있는 도로에서 아우토반처럼 달릴 경우 "CCTV가 없으니까 괜찮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경우에도 "단속시간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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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있지만 부담금을 내면 괜찮고, 문제가 발생해도 법적으론 하자가 없으니까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게 아니다. 특히 안전과 관련해선 그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나간 사람들이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는 걸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재확인했다.
외국생활이 더 길었던 건설업계 CEO가 직원들에게 답답해한 것도 바로 '괜찮다' 식의 태도였던 것으로 이해된다. 임직원은 "그동안 규모가 큰 건설현장에서는 통계적으로 안전사고가 OO건 정도 발생했기 때문에 1~2건의 사고가 발생한 이 현장은 오히려 괜찮은 편"이라고 보고했을 터다.
안전과 관련해선 기준이 '제로'가 돼야 한다. 통계적 평균을 기준삼아 '괜찮다'고 해선 안된다. 과거 세월호를 탄 누구도 괜찮은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