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풀었지만 서울시는 조인다"…엇갈린 재건축 규제

"정부는 풀었지만 서울시는 조인다"…엇갈린 재건축 규제

송학주 기자
2014.09.24 15:31

[서울시, 강남4구 재건축 집중 전세난 4대 대응책]

지난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후 정부는 '7·24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부동산 규제완화 의지를 밝혔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수립된 방안이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9·1 부동산대책'(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주거안정 강화방안)이다.

정부는 재건축 추진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연한을 최장 30년으로 줄이고 서울시 등에서 의무화하고 있는 재정비사업 공공관리제를 선택제로 바꾸도록 했다.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도 5%포인트 내리고 학교·공원용지 등을 기부채납할 의무도 일정 부분 완화하기로 했다. 갖가지 정책을 다 써봐도 부동산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급기야 투기수요가 가장 많은 재건축시장의 규제를 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는 무턱대고 재건축 규제를 풀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사업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철거가 진행되는데 이주수요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강남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관리처분인가 승인시기를 조정, 재건축 사업 추진시기를 조절하는 방안을 공고히 했다.

그 방안이 24일 내놓은 '강남4구 재건축 집중 전세난 4대 대응책'이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강남4구(강남·강동·서초·송파)에서 쏟아지는 재건축 이주 수요만 2만4000여가구에 달한다.

만일 각 조합들의 계획대로 재건축 사업이 추진될 경우 공급량보다 이주·멸실량이 많아 약 1만2000가구는 다른 지역에서 집을 구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강남4구 사업시행인가 이후 재건축단지 '2만6000여가구' 풀리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4구에서 사업시행인가 이후 단계에 있는 재건축 사업장은 총 25곳, 2만5979가구에 달한다. 사업시행인가는 관리처분인가 이전의 절차로 이때부터 이주계획이 수립된다.

이와 별도로 조합설립단계에 이른 다른 단지 등도 올 하반기 관리처분인가를 목표로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인만큼 이 단지들이 동시에 재건축이 진행되면 '전세대란'은 불가피하다.

송파구 잠실동 인근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형 재건축단지들이 대부분 강남과 강동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이들 사업장의 이주가 시작되면 강남발 전세난이 성남·용인 등 수도권 남부까지 확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재건축 이주폭탄'에 따른 전세난 심화가 우려되자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일부 사업장의 관리처분인가 시점을 뒤로 미루는 방안을 내놓았다.

현행 조례는 주택수가 2000가구를 초과하거나 멸실되는 주택이 자치구 내 주택수의 1%를 초과하면 심의를 통해 1년 이내 범위에서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조절할 수 있지만 주택수가 2000가구 이하라도 인접한 다른 정비구역과 이주기간이 몰릴 경우 심의대상 구역이 되도록 개정키로 했다.

재건축이 진행되는 주변지역의 주택공급과 멸실 물량을 따져보고 전셋값을 포함한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결론나면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 곳곳에서 관리처분인가를 준비하고 있어 해당 자치구는 물론 주변지역으로 전세난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장별로 관리처분인가를 조정할 수도 있다"며 "오는 11월 시의회에 개정안이 상정되면 연내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던 재건축 조합 입장에선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이 반가울리 없다. 관리처분인가가 뒤로 밀리면 사업기간 연장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 사업비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담보로 진행되는 사업인데 임의로 사업에 제동을 거는 일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며 "관리처분인가가 미뤄지면 사업비 부담도 늘어나기 때문에 다른 단지보다 관리처분인가를 먼저 받으려는 조합들 간의 눈치싸움도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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