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죄는 은행, 속타는 건설사…"강남만 대출 가능"

돈줄죄는 은행, 속타는 건설사…"강남만 대출 가능"

배규민 기자, 권다희 기자
2016.05.04 11:03

여신 한도 줄이고 담보 요구…중도금대출도 서울 강남권 위주 선별

건설업체들의 자금 압박이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여신 심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조선 구조조정에 따라 은행들이 쌓아야 할 충당금이 늘어나면서 대출 환경은 더 어려울 질 전망이다. 주택시장 호조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일부 대형 건설업체들을 제외한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은 심화 될 수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건설기업은 최근 주거래은행으로부터 운용자금 대출 만기 연장 거부를 통보받았다. 만기 연장을 하고 싶으면 별도의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금액 일부 상환하라는 조건이 따라왔다. A기업은 어쩔 수 없이 담보를 잡히고 대출 금액도 줄였다. 부족한 자금은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해 충당했다.

B건설기업은 올해 들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필요한 자금과 중도금 대출금을 보험사와 캐피탈 등 2금융권으로부터 받고 있다.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가 높아 이자 부담이 크지만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가 없어서다.

A와 B기업 모두 그룹 계열의 중견·대형 건설업체지만 은행들이 여신 심사를 강화하면서 1금융권 대출이 쉽지 않아졌다. A기업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전자단기사채나 담보대출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중소 건설업체들의 자금 상황은 더욱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C시중은행의 기업 대출 담당자는 "최근 해운·조선·건설처럼 수주 산업은 회사의 신용도가 아닌 사업장별로 평가해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며 "중도금 대출의 경우 지방은 아예 하지 않고 수도권도 일부 그룹 계열 건설사를 대상으로 하거나 강남 등 우량 사업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으로 은행들이 추가 충당금을 쌓으면서 대출 여력이 줄어들고 여신도 선별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자금 조달 상황은 더 녹록지 않을 수 있다.

D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건설업도 조선·해운처럼 5대 취약업종 중의 하나로 면밀하게 봐야할 곳"이라며 "상당 부분 구조조정을 해왔지만 사업장별로 심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은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여신 한도를 줄여가고 있다"면서 "신규 대출은 확실한 담보가 있을 때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2017년부터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집값 하락과 건설업체의 재무구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F은행 부행장은 "올해는 지난해 분양 시장 호황으로 실적이 좋겠지만 2017년말부터 2019년까지 입주 물량 공급 과잉으로 건설업계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해운·조선처럼 정부 차원의 대비책 마련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건설·부동산이 무너지면 금융기관과 개인 모두 타격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76만5328가구로 전년 보다 48.5% 늘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77년 이후 최고치다.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도 16만300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8772가구)와 비교해 37.2%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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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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