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고 있던 아파트 시세가 1년새 억대 이상 올라 큰 돈을 번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건 투기일까요, 아니면 투자일까요."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자치구 세무 담당자가 최근 기자에게 한 얘기다. 투자와 투기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가능하냐는 취지로 한 말이다. 그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집값 급등의 배경은 공급 부족이 아닌 투기 때문"이라고 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투자와 투기는 선뜻 구분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통상 시세차익만 바라보고 주택을 매입해 단기간에 되팔면 투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에서 큰돈을 벌면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김 장관은 부동산시장 과열의 원인은 공급 과잉이 아닌 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주택 소유자와 함께 강남 4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에선 29세 미만 주택 거래가 두드러지게 늘어난 점을 지적했다. 지난 5월 강남 4구에선 29세 미만 연령대가 해당 지역에서 부동산 취득 신고를 한 건수는 총 380건으로 1년 새 95건 증가했다.
이를 두고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소유권을 자녀에게 이전하면서 생기는 세금 납부액보다 향후 가격 상승에 따라 얻을 차익이 더 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모가 해당 지역의 집값 상승에 베팅했다는 얘기도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관련 법을 어긴 정황이 있거나 불분명한 자금 사용이 의심된다면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것이 정책 당국의 역할이고 의무이다.
하지만 투기와 투자가 애매한 상황에서 투기세력만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취급한다면 곤란하다. 청약시장이나 매매시장에서 이뤄지는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히 조사하되 집값 상승 원인에 대한 보다 면밀한 조사와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부동산은 심리라고 했다. 투기세력과 전쟁을 선포했지만 시장이 반대로 움직였던 과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복기해봐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