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 말하는 사람이 원하는 답을, 듣는 사람이 맞춰 대답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을 뜻하는 유행어다. 최근 가덕도신공항 추진계획 설명회를 찾았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가리켜 답정너라고 꼬집었다.
가덕도신공항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항건설사업이다. 사업비 14조원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국가 사업 중 최대 규모로 전망된다. 아직 기본계획이 확정이 안 됐지만, 개항일자만 2029년 12월로 확정됐다. 내년 말부터 공사를 시작해 5년만에 완성한다는 일정이다. 이런 선례는 찾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울릉공항 5년(예정), 일본 하네다공항 D활주로 약 4년으로 기간은 비슷하지만, 사업규모 면에서 3~10배씩 차이가 난다. 개항 시기를 먼저 정해놓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드물다. 대개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완공 시기를 결정하는 데 가덕도신공항은 그 반대다. 정부는 기간만 제시할 뿐 공기 단축 방안은 민간에서 알아서 제안하라는 게 기본 방침이다.
사업의 최우선 순위가 안전이나 환경·경제성보다 '개항 시기'인 것은 정치적 이유가 크다.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완공 시점을 최대한 당겨달라는 지역의 요청을 수용한 결과다. 이에 맞춰 모든 게 바뀌었다. 개항 시기는 당초 검토했던 2035년에서 2029년 말로 크게 앞당겨졌고, 활주로 건설 방식과 터미널 위치도 '최적안'과 거리가 멀어졌다. 공항 배치는 '완전 해상공항'에서 육지와 바다에 걸치는 식으로 수정됐다.
정부의 답정너 추진에는 불안 섞인 시선이 뒤따른다. 공사기간 단축만 고려했기 때문에 최소 50~100년을 사용해야 하는 공항의 시설 안정성이나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근 연약지반 때문에 생기는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벌써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는 활주로의 20년 후 예측 부등침하량이 국제기간 허용치보다 작아 항공기 운항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무리한 일정으로 추진한 일들이 일으킨 사고들을 많이 겪었다. '덜' 안전하고 '덜' 효율적이지만, 오직 기간 단축을 위해 답정너로 추진한 방안이 20년 후 오답으로 밝혀지면 그 책임을 누가 질지 궁금하다. 누구든 지금 답정너를 결정한 이들은 이미 떠난 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