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다주택자보다 먼저 흔들린 실수요자

[우보세]다주택자보다 먼저 흔들린 실수요자

배규민 기자
2026.02.12 05:35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부동산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가격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현장에서 먼저 흔들리는 곳은 규제가 겨냥한 대상이 아니다. 약한 고리인 실수요자와 임차인이다.

발언의 충격이 가장 먼저 체감되는 곳은 정비사업 현장이다. 규제지역 2주택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은 사실상 막혔다. 이주가 멈추면 착공도 멈춘다. 그리고 착공 시점이 늦어지면 공급 시점도 뒤로 밀린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울에서만 수만가구 규모의 공급 일정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공급의 시간을 늦추는 역설의 장면이다.

전월세 시장의 흐름도 비슷하다. 실거주 의무 강화는 전세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다시 임차인에게 전가된다. 여기에 등록임대 제도까지 흔들리면 충격은 배가될 수 있다. 등록임대 제도는 전월세 시장에 꾸준히 물량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이내로 제한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됐기에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도 했다. 정부가 임대사업자 등록제도를 압박할 경우 전월세 물량 공급이 위축되고 전월세 가격도 흔들릴 수 있다.

왠지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최근 수년간 우리 부동산 시장은 규제가 강해질수록 수요가 분산되지 않고 '똘똘한 한 채'로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서울 집값은 더 빠르게 상승했고 20억원짜리 아파트는 더 이상 생경한 단어가 아니게 됐다. 중위소득 가구가 생활비를 거의 쓰지 않고 돈을 모은다 해도 내 집 마련까지는 20년이 넘게 걸린다.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주거 이동의 사다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최근에는 강한 대출 규제가 다시 하나의 가격 경계를 만들고 있다. 수요가 한쪽으로 몰리면 수요가 집중된 구간의 매물은 줄고 가격은 오른다. 이미 서울 외곽에서는 15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 들썩인다.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은 가격대의 아파트로 수요가 몰린 결과다. 규제가 시장의 상승 압력을 완전히 누르지 못한 채 수요를 다른 구간으로 옮겨 놓는 셈이다. 같은 결과의 반복이다.

다주택자의 움직임도 이미 시작됐다.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바꾸고 늘어난 세금 부담은 임대료로 흡수하려 한다. 월세를 받아 불어나는 세금을 감당한다는 심산이다. 세(稅) 부담이 월세 세입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집을 사기도 어렵고 빌리기도 어려운 임차인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는 셈이다. 규제가 겨냥한 대상은 대응 여력을 갖고 있지만 정작 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는 그렇지 못하다. 충격은 언제나 약자에게 더 크게 전달되기 마련이다.

정책과 시장이 어긋날수록 불안은 커진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규제의 강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급의 흐름과 주거 이동의 회복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방향을 읽고 균형을 맞추는 정교한 정책 설계다. 그 균형이 회복될 때야 비로소 정책 신뢰도 회복 가능해진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부동산 정책이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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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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