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vs 노동계 '10원단위' 평행선…내수 침체에 매년 갈등 반복
스위스·일본 등 업종별 구분 적용…지수 따른 자동 도출방식도 대안
"경제사회 전반이 급변하는데 논의는 반복…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1만320원)보다 3.7% 오른 1만700원으로 결정한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 10원 단위를 둘러싸고 골목상권 영세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맞붙는 '을'(乙)들의 처절한 전쟁이 반복됐다.
인건비 지불 능력이 한계에 도달해 시급 동결이나 인하를 요구하는 소상공인과 고물가 기조 속 생계 유지를 위해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입장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린 결과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내년에도 비슷한 소모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노동자와 영세 소상공인 모두를 살리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연합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최저임금 산정에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달라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서민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현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경기 악화로 지불능력이 악화되는 등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은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은 도리어 일자리를 줄이고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부작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들이 실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하기 위해서 과감한 최저임금 인상을 결단해야 할 때"라고 맞섰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역시 "고유가·고물가로 실질임금이 감소한 저임금 노동자에게 소비 여력을 회복시켜주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며 "올해는 반드시 과감한 인상 결정으로 왜곡된 저임금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같은 '을의 입장인 골목상권 영세 자영업자와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두고 치열한 갈등을 벌이게 된 배경에는 제도적 모순이 놓여있다는 분석이다.
노동자측과 사용자측, 정부 측 위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년 최저임금을 정하는데 자영업자는 사용자측에, 알바 노동자는 노동자측에서 입장을 대변하게 되면서다. 업종별 최저임금이 아닌 단일 최저임금을 결정하다 보니 대기업과 같은 사용자 측으로 묶인 영세 자영업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꼽힌다. 실제 스위스는 농업, 화훼업 등에 대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며 일본 역시 노사가 신청하면 지역 내 산업별로 별도 최저임금을 책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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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정하는 주기를 현행 1년에서 2~3년으로 늘리거나 객관적 지표를 공식화해 자동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도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피할 방안으로 꼽힌다.
벨기에에서는 2년마다 갱신하되 건강지수(우리나라의 소비자 물가지수와 유사한 개념)가 전월 대비 변동률 2%를 넘으면 수시로 다시 정하도록 했다. 프랑스의 최저임금도 물가와 임금 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자동 조정된다.
강영주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이 외에도 최임위 구성을 변경하거나 최저임금 결정 지표를 다양하게 하는 등 대안이 이미 많이 제시돼 있다"며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촉구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최저임금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부에 '최저임금 제도개선 추진단' 설치를 공식 권고했다. 이들은 "경제사회 전반이 급변하는 시대에도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매년 유사한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며 "논의 진전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