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신한은행 이백순 행장은 일본 현지법인 SBJ(Shinhan Bank Japan) 출범을 앞두고 출입 기자들과 인천 무의도에 있는 호룡곡산에 올랐습니다.
이 산은 해발 250m로 그리 높지 않았지만, 섬에 있는 산이라 꽤 가팔랐습니다. 산 정상에선 인천 앞바다와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인천대교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천루가 즐비한 송도신도시도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정상에서 잠시 쉬는 동안 바쁜 일정을 앞두고 이 행장이 왜 굳이 산에 올랐는지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신한은행은 기업문화에서 '등산'을 빼놓을 수 없다고 합니다. 1982년 재일교포 자금으로 설립된 직후부터 '등산'은 중요한 기업문화가 됐습니다. 창립 당시 '조상제한서'(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 출신 은행원들이 많이 모였는데, 이들을 하나로 엮을 수단이 필요했습니다. 직원들을 단합시키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데 있어 '등산'만큼 좋은 게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지점이 하나 둘 늘어날 때, 영업점 간 단합대회를 할 때, 큰 행사가 있거나 새로운 일이 시작될 때면 임직원들은 산에 올랐습니다. 함께 산에 오르며 "잘해보자"는 다짐을 했고, 곧 성과로 나타났습니다.
신한은행이 조흥은행과 통합했을 때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신상훈 행장(현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통합을 정확히 1년 앞둔 2005년 3월 양행 간부급 직원들과 함께 백두대간을 종주했습니다. 거대 조직이 탄생하는 만큼 '감성통합'을 위해 40일 동안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릴레이 형식으로 부서장 4000명이 올라갔습니다.
신입행원 연수에도 '등산'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군대에서나 하는 무박 2일 산행은 신한은행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신임 부서장 교육에도 꼭 '등산'은 포합됩니다. 신한은행은 이처럼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등산을 하며 성공을 다짐합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등산'이 오늘의 신한은행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하네요.
이백순 행장은 이번 산행에서 SBJ의 성공적인 출범을 기원했습니다. 보수적인 일본 금융시장에 진출한 첫 아시아계 은행이라는 자부심도 드러냈습니다. 이 행장은 연내 1000억 엔 규모의 예금 유치가 가능하고, 향후 리딩뱅크로 우뚝 설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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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장의 기원이 통했던지, 실제 SBJ의 첫 영업일인 14일 180억 엔(2100억 원) 규모의 예금이 몰렸습니다. 예금 금리가 0.15% 수준인 일본 금융시장에서 1%대의 예금 상품으로 영업을 시작하자, 콜센터가 마비되고 메일오더가 1000여 건에 이르는 등 반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신한은행이 앞으로 일본에서 어떤 성공스토리를 쓰는지 지켜봐 주세요." 이번 산행 중 이 행장이 한 말입니다. 27년 전 일본에서 건너온 자금으로 설립된 은행이 다시 일본으로 진출했습니다. 보수적인 일본 금융시장에서 신한은행이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