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제563회 한글날을 맞아 성군(聖君) 세종대왕의 동상이 대한민국 수도의 한복판에 세워졌다. 세종대왕의 창의(創意)와 불멸의 홍익(弘益) 정신은 우리 민족의 정중앙에서 중심추 역할을 하며 수백 년 동안 그 찬연한 빛을 밝혔다.
나라와 민족을 막론하고 영웅들의 일대기는 후세에 문화적 유산으로 전해진다. 위기에 처하거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때 이런 문화적 유산은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이와 유사하게 기업에 있어서 기업문화는 내부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한 기업의 기업문화 속에는 창업정신은 물론 그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해온 생존 DNA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 구성원들의 가치관과 신념 그리고 행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요즘과 같이 속도와 도전이 요구되는 '초경쟁'(Hiper-Competition) 환경 속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문화'는 무형의 자산으로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객이 보스다'는 기업문화 슬로건을 표방한 P&G와 같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글로벌 기업을 보면 대부분 강력한 기업문화를 갖췄다.
하지만 칼의 양날처럼 현실경영에서 기업문화가 반드시 순기능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그릇된 기업문화를 정립해 내부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도리어 자신을 겨누는 치명적인 화살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 최초로 복사기를 발명해 수년간 성공가도를 달린 제록스다. 제록스는 한때 과도한 자신감과 그릇된 내부지향적 기업문화를 강조하다 오히려 그것이 치명적인 약점이 돼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에 대해 '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는 "기업 내부에 자만이 싹트는 순간 위대한 기업도 한 순간에 몰락하게 된다"며 "위대한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릇된 기업문화가 자리잡는 것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무관심과 방치다. 기업문화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 경영의 현장에서는 급하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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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몇몇 앞서가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선진국 기업에 비해 역사가 짧고 기업의 문화적 기반이 취약한 국내 사정에 비추어 보면 더더욱 그렇다. 이는 선진국에서 수십 년 또는 100여 년 이상 걸린 산업화를 우리는 매우 짧은 기간에 압축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필자가 몸담은 회사를 비롯해 많은 기업이 지금까지와 다른 시각에서 기업문화를 생각해보고 과거 전통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 적절히 조화된 기업 고유의 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발벗고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세종대왕 동상 제막과 같이 올바른 민족정신을 일깨우기 위한 국가적 사업은 기업문화 재정립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심하는 우리나라 경영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더없이 새파란 가을하늘을 배경삼아 세종로 한복판에 말없이 앉아계신 세종대왕의 동상은 그 존재 자체가 민족정신의 정수로서 그 앞을 오가는 수많은 기업인에게 큰 가르침을 전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