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노후보장제도, 장기운용해야

퇴직연금=노후보장제도, 장기운용해야

김성희 기자
2009.11.17 10:05

[퇴직연금제도 긴급점검]<2>근퇴법 개정안 통과 등 제도보완 시급

현재의 퇴직연금시장은 기업들의 퇴직연금 도입을 유도하기 위한 별도의 메리트가 없고 지난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경영여건 악화 등으로 당초 제도 도입시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전 금융기관들은 초기시장을 선점하겠다며 과도한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4년이나 지났지만 시장은 여전히 경직돼 있다. 이대로 가다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또 하나의 연금제도가 부실 덩어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퇴직연금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또 퇴직연금을 가입하려는 기업의 노사간 이해와 협력도 필수요건이다.

◇초장기 퇴직연금, 단기로 운용= 현재 퇴직연금 사업자 사이에서 강하게 문제 제기 되고 있는 부분이 퇴직연금이 지나치게 단기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제도는 20~30년 이상 오랜 기간에 걸쳐 적립금을 운용해야 하는 초장기 제도다. 따라서 장기 자산운용은 반드시 필요한 기본 원칙이다. 이 원칙은 모든 퇴직연금 사업자가 동의하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퇴직연금은 계약이 1년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외국의 경우 5~10년 수준으로 자산운용을 하게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짧다. 당연히 자산운용도 1년 단위로 운용돼 제시하는 수익률이 낮은 상태다. 무엇보다 금융기관 간 계약유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발의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이 일부 개정안에서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장기 운용을 담보할 수 있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퇴직연금제도 도입 초기인 점을 감안, 시장 활성화 등을 사유로 장기 자산운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생보업계 관계자는 "그와 같은 주장은 마치 시장을 중요시하고 고객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시장이 3, 5년 장기상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 이하 원리금 보장상품 위주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시장을 선점하자는 차원에서 단기(1년)적으로는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일부 사업자의 마케팅 전략과 고금리를 받기 위해 과당경쟁을 이용하는 기업의 이해가 엮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과당경쟁으로 인한 1년 이하 단기상품 운용으로 인한 손실은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저해하고 퇴직연금 사업자의 부실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현 시장상황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제도 초기에 나타난 문제에 대해 시기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 그에 따른 심각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퇴직연금시장 총규모가 9조원 수준에 불과하고 53개 금융회사가 참여하고 있어 사회문제화 되지 않고 있지만, 1년 고금리 경쟁이 고착화되고 시장규모가 급격히 성장하게 되면 이 문제는 심각한 양상을 초래할 수 있다.

◇노사 이해관계 대립, 제도 활성화 막아=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기업과 근로자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전반적인 도입 실적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제도의 과도기적 상황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도가 갖는 복잡성에 기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제도 도입에 대한 노사의 의사결정이 선호하는 제도(기존의 퇴직금과 퇴직연금제도)의 차이에서 일차적으로 불일치를 경험할 수 있고, 제도 도입이

결정된 이후엔 퇴직연금의 방식(DB형과 DC형)을 선택하면서 다시 경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퇴직연금제도를 둘러싼 지나친 노사의 이해관계의 대립은 제도의 활성화의 복병이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노사간 신뢰와 협력이 퇴직연금제도의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기존 퇴직금제도의 중간정산과 세제혜택 등의 이점도 퇴직연금제도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퇴직연금의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근퇴법 개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제도 보완, 더이상 지체하면 안돼= 금융권은 퇴직연금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근퇴법 개정안이 하루 빨리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시행령 개정 등 후속작업도 서둘러 퇴직연금제도가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중장기적으로는 퇴직연금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의 관계자는 "자동가입제도를 확대 적용하고 과감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면 퇴직연금 가입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직이 잦은 근로환경을 고려할 때 통산장치로서 IRP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 또 자영업자를 유인할 수 있는 대책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사업자와 근로자도 퇴직연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사회적 '제도'로서 인식되기 보다는 연금시장의 '상품'으로 인식돼 사업자 간 과당경쟁이 이뤄지고 있고, 근로자나 기업도 퇴직연금을 일반 금융상품과 혼돈해 단기적인 실적이나 이익을 중심으로 사업자와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은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 길게는 몇십년에 걸쳐 실현되는 장기약속이자 금융계약이다"며 "퇴직연금 사업자와 근로자(기업)의 선택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를 어떻게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운영할 것인가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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