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직원들은 은행장에 대한 신뢰가 무척 크다고 합니다. 이종휘 행장은 금융계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이자 전략가입니다. 웬만한 경영수치는 줄줄 외워 임원이나 부장들이 바짝 긴장한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이런 '능력'이 리더십의 비결인 듯한데 정작 직원들은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이 행장은 얼마전 미열로 인해 은행원 생활을 한 지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조퇴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으나 요즘 유행하는 신종플루 가능성을 염려한 것 같았습니다.
눈길을 끈 건 당시 이 행장이 취한 조치였습니다. 그는 비서에게 연락해 "근무일지에 조퇴했다는 기록을 남겨두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임원, 조직의 수장이라면 외근을 핑계로 귀가해도 누구 하나 책잡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이 행장의 조퇴는 기록되지 못했습니다. 임원들에게는 별도 근태 기록부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행장이야 40년 내내 성실히 생활했으니 이런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겠죠.
직원들이 이 행장을 존경하는 건 이런 성실함 때문만도 아닙니다. 이 행장은 올초부터 사내 인트라넷에 '통(通)광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직원들과 번개팅을 하거나 가벼운 농을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때로 통광장에 사소한 건의사항을 올리기도 하는데 이 행장은 필요한 건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한번은 영업점에 배치된 신입행원이 서류업무 하나가 무척 귀찮다고 짜증을 냈다고 하네요. 사실 은행도 불합리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나 이를 없애면 큰 비용이 발생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행장은 "은행이 정도경영을 외치면서 한편에선 합리적인 건의를 묵살해야 쓰겠느냐"며 개선했다고 합니다. 경제위기에 맞춰 본인의 업무추진비까지 줄여야 한 은행장 입장에서는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을 겁니다.
이 행장이 마냥 부드럽지는 않습니다. 그는 '군기'를 잡을 때 무척 엄합니다. 올해 초 스캔들이 발생한 해외점포 직원들에게 "사생활문제로 은행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개인적 이익을 취했다"며 망설임없이 면직처분했다지요. 정작 인사부서는 "관련 징계규정이 없다"며 곤란해 한 일이었습니다.
은행장 스타일은 제각각입니다. 영업왕 출신의 맹장도 있고 조직의 사기를 높이는 덕장도 있습니다. 원칙론자인 이 행장은 사실 무색무취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독자들의 PICK!
그러나 경제위기를 맞아 크게 흔들릴 뻔한 우리은행이 중심을 잡고 있는 건 이 행장의 원칙경영 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