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 쏠림 계속되면 막을 수밖에"
환율이 바닥을 모르고 내리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부터 쉼없이 내려 일주일간 50원이 넘게 하락했다. 11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6원 떨어진 1119.9원에 마감했다. 2008년 9월 17일(1116원) 이후 1년 4개월만에 최저수준이다.
아직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 환율보다는 10원 정도 높다. 문제는 하락속도다. 시장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수출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거란 우려와 함께 올해 경제성장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고강도 개입가능성 시사=연일 내리는 환율을 놓고 시장참가자들은 전망치 내놓길 꺼리는 모습이다. 원화강세에다 쏠림현상이 가세하면서 상식적인 수준보다 낙폭이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에선 변동성이 커져서 얼마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거라고 추측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본다.
이번주만 놓고 보면 추가하락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 역외는 물론 역외에서도 하락 추세를 막을 만한 재료가 없다는 것이다. 억지로 환율하락세를 막으려다보면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주가상승 가능성과 글로벌채권지수(WGBI) 편입 가능성 등으로 원화포지션이 공격적으로 늘고 있다"며 "엔캐리트레이드가 재개되면서 원화에 투자하는 움직임도 강하게 일어 이번주에도 하락 압력은 가중될 걸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일한 변수는 외환당국의 개입이다. 연초부터 속도조절용 달러매수는 계속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강한 구두개입 가능성도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환율 하락은 국내시장의 펀더멘털 움직임과는 관계 없이 역외투자자들이 드라이브를 건 측면이 크다"며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우려를 할 수밖에 없고 이를 막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경제 발목잡나=쏠림현상이 심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수출기업들에 돌아간다. 과거 원화가 강세를 띠었던 시기와 비교해보면 현재 여건상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대외의존도는 더 커져서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기업들은 환율변동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지난해 경기회복의 한축을 담당했던 수출업체들이 휘청이면 올해 5%대 경제성장은 물건너 갈 수도 있다. 향후 글로벌달러가 약세를 이어간다면 더 큰 문제다. 반대급부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면 대외거래는 물론 국내소비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독자들의 PICK!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율 하락속도가 빨라지면서 그 부담이 기업에 고스란히 갈 수밖에 없다"며 "국민연금 환헤지 비율을 낮춰서 하락속도를 제한하거나 공기업 등의 중장기 달러자금 조달처를 해외에서 국내시장로 바꾸는 등 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