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지급결제업무 허용은 원칙에 어긋나"

"보험사 지급결제업무 허용은 원칙에 어긋나"

대담=홍찬선 금융부장, 정리=도병욱 기자
2010.02.16 10:03

[머투초대석]신동규 은행연합회장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올 초 은행연합회는 2건의 굵직한 현안을 처리했다. 주택담보대출 새 기준금리를 내놓았고, 사외이사제도 개선안도 발표했다. 은행권 최대 이슈였던 문제를 연달아 해결한 셈이다.

이만하면 한숨 돌려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 중심에 있었던 신동규 은행연합회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며 '무한부득(無汗不得·땀을 흘리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을 강조하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금융권의 주요 이슈로 △사외이사제도 개선 마무리와 은행권 재편 △보험사 지급결제 요구 결론 △경기회복 둔화 등을 꼽으며 은행연합회가 은행권과 정책당국 간 가교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에 따른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의식에서 개편 작업을 시작했나요.

▶우리 나라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경영진을 견제한다는 취지였죠. 그런데 KB금융의 사외이사제도는 자기권력화 됐고, 다른 지주사의 사외이사는 거수기 역할 밖에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해 11월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모범규준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외이사제도가 이상적일까요.

▶사회 문제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사외이사의 기원을 보면 대주주가 최고경영자(CEO)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소액주주는 사외이사를 통해 CEO와 대주주를 견제해왔습니다. 이러한 취지를 생각해보면 원래 소액주주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사외이사를 보면 이 취지와는 거리가 먼 상황입니다.

이번 개편안은 가급적 원래 목적에 맞게 사외이사제도를 운영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추진하다보면 수정할 부분이 나오겠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연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개편안을 보면 예외를 인정하되, 예외의 경우 공시하라고 했지요. 각 금융지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각 지주의 주주들이 논의해서 결정할 부분입니다.

─사외이사제도 개편안을 둘러싸고 관치라는 지적도 있고, KB금융을 겨냥했다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는데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지난해 11월 TFT가 구성됐습니다. 이른바 KB사태가 터지기 전이죠. OECD에서도 금융회사 이사회 제도 개편을 강조하고, 선진국에서도 사외이사제도를 개편하는 분위기가 연출돼 우리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싶어서 추진한 일입니다.

그리고 요즈음 관치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관치는 정부가 특정 기업에 돈을 빌려주라고 금융회사를 압박하거나 특정 인사를 특정한 자리에 앉히라고 강요하는 것입니다. 과거엔 그런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사례가 없습니다. 관치라는 말이 일반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어 인기어로 쓰이지만 관치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사외이사제도 개편과 함께 은행권 자체의 재편 문제도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형화가 해법이 아니라는 주장이 동시에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것도 정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이들은 국제 경쟁력 차원에서 우리 금융회사의 사이즈가 작다고 주장합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은행은 세계 1~2위를 다투는데, 우리 은행은 겨우 세계 100위권 안에 드는 수준이니 말이죠. 반대로 대마불사나 도덕적 해이 등의 부작용을 들면서 규모가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은행 간 인수합병(M&A)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결국 주주가 판단해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가계대출 부실 우려도 올해 은행권이 신경써야 할 대목 중 하나 아닌가요.

▶미국 등 다른 나라처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닙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을 선제적으로 한 것이 지금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출구전략 시행으로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실이 심해질 수 도 있습니다. 금리는 오르는데,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이 늦어지면 가계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요. 은행으로서는 당국이 출구전략의 시점을 신중하게 선택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최근 다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다는 지적도 있는 상황인데,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우려스럽지 않을까요.

▶강남 쪽 부동산에 이런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이는 전세 위주로 상승하는 것 같습니다. 전세 물량이 일시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죠. 앞으로 재개발 등 주택공급이 재개되면 이런 조짐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과열되기 전에 금리를 조정해야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보험사에 지급결제업무를 허용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요.

▶현재 보험사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지급결제망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보험사에 지급결제망 직접 참여를 허용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보험사에 수신기능을 허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전업주의 원칙이 무너지고, 비예금취급기관인 보험사가 예금취급기관으로 전환돼 은행업의 본질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도 있습니다.

─보험사에서는 증권 등 다른 업권에도 지급결제를 허용했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보험사 지급결제업무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주장은 금융업종별 본질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겁니다. 저축은행이나 신협은 예금취급기관이니 당연히 지급결제를 허용해야 합니다. 또 지급결제제도 안정성 유지를 위해 개별기관이 아닌 중앙회나 연합회만 지급결제망에 직접 연결토록 했습니다.

증권사는 고객예탁금 계정을 통해 유가증권 투자 목적의 수시입출금 업무를 수행해왔으니까 고객예탁금을 통한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그런데 보험사는 이와 달리 지급결제 기능을 부여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보험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면 지급결제 안정성이 크게 저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국제적인 금융시스템 안정성 강화 추세에도 역행하게 되죠.

─올해 추진해야 할 업무가 많습니다. 올해 어떤 각오로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업무를 대할 것인지요.

▶대내외적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치는 않습니다. 그래도 가시적인 사업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무한부득의 자세로 전력을 다해야죠. 직원들에게도 온 힘을 다해 열심히 해야 사원은행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당국과 은행의 매개체 역할을 해야죠. 쉽지는 않습니다. 한쪽에서는 너무 시장 편을 든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너무 정부 편을 든다고 하죠. 답은 없지만, 끝없이 노력하다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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