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금융의 희망, 아시아에 있다

대한민국 금융의 희망, 아시아에 있다

상하이(중국)= 정진우 기자, 베트남·캄보디아 도병욱
2010.06.09 10:26

[창간기획]아시아 8조달러 시장을 잡아라 ⑤-끝, 中·베트남·캄보디아 금융수출이 살 길

↑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 스지다다오 인근에 있는 SWFC(Shanghai World Finance Center, 上海環球金融中心). 세계에서 세 번째 높은 건물. 101층인 이 빌딩의 높이는 492m. 날씨가 흐린 탓에 건물의 절반 이상이 구름에 가렸다.ⓒ정진우 기자
↑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 스지다다오 인근에 있는 SWFC(Shanghai World Finance Center, 上海環球金融中心). 세계에서 세 번째 높은 건물. 101층인 이 빌딩의 높이는 492m. 날씨가 흐린 탓에 건물의 절반 이상이 구름에 가렸다.ⓒ정진우 기자

# 지난달 21일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 스지다다오(世紀大道) 주변. 5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들이 늘어서 있다.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상하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SWFC(Shanghai World Finance Center, 上海環球金融中心).

세계에서 세 번째 높은 건물이었다. 101층인 이 빌딩의 높이는 492m. 날씨가 흐린 탓에 건물의 절반 이상이 구름에 가려졌지만, 웅장한 위용은 감춰지지 않았다.

이 건물 38충에는 산업은행 상하이 지점이 있다. 중국 금융시장의 중심 상하이, 그곳의 심장부에서 가장 높이 솟은 마천루에 우리나라 은행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 신한 베트남은행 내부 모습ⓒ도병욱 기자
↑ 신한 베트남은행 내부 모습ⓒ도병욱 기자

# 베트남의 두 대도시 하노이와 호치민에는 도로포장이 덜 돼 먼지가 계속 일고 있는 도심에서 젊은이들이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으로 통화를 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기업인은 "서구에서는 한국을 보고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발전을 했다고 치켜세우는 데 베트남은 한국보다 더 빠르다"며 "한국의 1970년대와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가 혼재한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베트남의 가장 큰 장점은 역동성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이라며 "10년 뒤에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최강국이 돼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 스지다다오 인근.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들이 즐비해 있다.ⓒ정진우 기자
↑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 스지다다오 인근.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들이 즐비해 있다.ⓒ정진우 기자

◇국내 은행들 중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1996년 오픈한 산은 상하이 지점은 2002년부터 인민폐 영업을 시작했다. 현지인을 상대로 금융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산은은 중국의 성장에 맞춰 영업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개발에 따른 자금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영업 반경을 넓히고 있다.

다만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가 문제다. 영업을 위해 점포를 늘리고 싶어도 규제 탓에 그럴 수 없다. 지점을 늘리려면 현지법인으로 전환해야한다. 그것도 만만찮다. 현지법인으로 전환하면 중국 당국이 명시한 예대율을 맞춰야 한다.

현재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현지법인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은행들은 점포 확장엔 어느 정도 자율성이 주어졌지만 100(예금)대 75(대출)의 예대율을 맞춰야 한다. 그만큼 규제가 심하다.

규제가 심한 탓일까. 중국 금융시장에서 외국계 은행들의 존재는 미약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은행들의 전체 자산은 79조 위안에 이른다. 외국계 은행 전체 자산은 1조3500억 위안으로 중국 은행권 자산의 1.7%에 불과한 상황. 대출도 마찬가지다. 중국 은행들의 총 대출 규모는 42조5597억 위안인데 비해 외국계 은행은 7204억 위안(1.69%)밖에 안 된다. 중국 은행들의 세후이익은 6000억 위안이지만 외국계 은행은 65억 위안으로 1.07%를 차지한다. 결국 중국 내에서 외국계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상하이 경제 규모 추이(자료: 산업은행 상하이 지점)
↑ 상하이 경제 규모 추이(자료: 산업은행 상하이 지점)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에게 희망의 땅임에는 틀림이 없다. 상하이를 보면 그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상하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1921만 명이 살고 있다. GDP는 1조4900억 위안(268조2000억 원)으로, 1인당 GDP는 7만7556위안(1396만 원)에 이른다. GDP증가율은 8.2%나 된다.

지난해 말 상하이에 있는 금융회사(은행, 증권, 보험 등) 점포는 총 787개나 된다. 이 중 은행권 대출 규모는 2조9684억 위안으로 중국 전체 대출의 6.97%를 차지한다. 상하이에 있는 중국 은행 점포수는 132개고 외국계 은행 점포수는 102개에 달하는 등 별 차이 없다. 대출도 각각 2조9684억 위안과 3889억 위안으로, 외국계 은행의 대출 비율은 13.1%다. 중국 전역에서 외국계 은행의 대출 비율이 1.69%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 상하이 내 금융회사 성장 추이(자료: 산업은행 상하이 지점)
↑ 상하이 내 금융회사 성장 추이(자료: 산업은행 상하이 지점)

이처럼 국내 금융회사들이 상하이를 성장 발판으로 마련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계 기업이 5000개 이상 들어와 있어 영업 환경은 좋다. 더구나 상하이시가 앞으로 3년 내 금융 전문가를 10만 명 이상 더 늘리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 인재들의 진출도 적극 추진해야한다.

양기호 산업은행 상하이지점 부지점장은 "중국 현지 영업은 당국의 규제로 어려운 점은 많지만 경제 성장 속도가 빨라 금융회사들에게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다"며 "우리가 잘하는 영역에 집중하면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캄보디아, 미래의 '아시아 투자허브'=흔히 거론되는 베트남의 가능성에는 1억 명에 가까운 인구와 높은 20~30대 비중, 풍부한 자원 등이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기업인들은 무형의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

민경환 대림베트남 법인장은 "현지 당국은 물론이고 이곳의 주민들도 조금씩 '경제'에 대한 마인드를 배워가고 있다"며 "그 속도가 남달라 짧은 시간 내에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국내 은행의 호치민 지점 관계자는 "베트남은 유교 영향을 많이 받아 '윗사람 지시에 복종 한다'는 문화가 있다"며 "이 문화는 옳고 그름을 떠나 중화학공업이 자리 잡는 시기까지는 경제 발전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도 꾸준하게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재 베트남의 시가총액은 약 30조원 수준이며, 상장주식은 500개 정도다.

↑ 호치민 우리은행 지점ⓒ도병욱 기자
↑ 호치민 우리은행 지점ⓒ도병욱 기자

박형순 우리CBV 부사장은 "한때 거래대금이 인도네시아보다 많을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다"며 "제도 측면에서 규제가 많다는 게 단점이지만, 이런 부분들이 사라지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캄보디아도 마찬가지. 캄보디아에 나가있는 기업인들에게 "캄보디아가 빠르게 성장할까요?"라고 물으면 "당장은 꿈도 못꾼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과 은행들은 캄보디아를 찾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캄보디아가 동남아시아 성장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중국에 진출하던 외국기업이 최근 방향을 베트남으로 틀었고, 앞으로는 캄보디아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중국과 베트남이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면 결국 캄보디아가 새로운 '투자 허브'로 떠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 기업인은 "10년이 지나면 현재 베트남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당장 빠르게 성장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가장 투자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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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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