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챙기는 역발상, 수협銀 순익 '2배' 껑충

'꼴찌' 챙기는 역발상, 수협銀 순익 '2배' 껑충

대담=홍찬선 금융부장, 정리=오상헌, 사진 이동훈 기자
2010.10.04 11:25

[머투초대석] 이주형 수협은행장 "공적자금 조기상환이 목표"

은행장이 꼴찌 그룹 지점장들을 호출해 식사를 했다. 예상치 못한 행장의 부름에 잔뜩 긴장이 되는 건 당연지사.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했지만 뜻밖이다. 업무 얘긴 한 마디도 없다. '꾸중'받는 자리가 아니라 '격려'받는 자리다.

대신 은행장이 도와 줄 건 없는지 묻는다. 제도 개선과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한다. 이주형 수협은행장의 '역발상' 경영 얘기다. 1등 지점장 포상은 은행권에선 흔하다. 하지만 은행장이 꼴찌 그룹 지점장들까지 일일이 보듬는 건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취임한 지 1년6개월. 이 행장 부임 이후 수협은행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이라는 굴레와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브랜드 가치, 열악한 점포망은 그대로지만 가장 중요한 자산인 사람(직원)이 변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영업 현장 분위기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철저한 실적주의와 공정한 업무 평가 덕이다.

'변화'는 실적 개선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수협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은 900억원(세전) 이상이다. 작년 45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 행장을 직접 만나 경영철학과 수협의 비전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취임하신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소회는 어떠신가요.

▶지금은 다행히 위기 국면을 벗어났지만 작년 4월 취임 당시는 금융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취임 후 현장에 답이 있다는 판단으로 '스킨십'과 '스피드'를 경영 화두로 삼았습니다. 전국 영업점을 찾아다니고 새벽시장에서 고객들과 만나다보니 수협은행의 강점이 바로 '직원'들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 한 달 동안 영업점 현장 지원을 나갔는데 열악한 환경에서도 헌신적으로 업무에 임해주고 있는 직원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고객들이 "수협 직원들이 항상 밝고 친절해 거래를 한다"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수협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촌스럽게 보일 지 모르지만 임직원 사이의 '끈끈한 정'과 '열정'입니다. 그래서 고객들하고 밀착도가 높습니다.

-CEO로서 이 행장의 경영철학은 뭔가요.

▶CEO의 역할은 직원들이 마음껏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공정한 평가를 하고 상응한 대우를 해주면 됩니다.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직장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업'에 대해선 베테랑 직원들에게 CEO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 방해만 됩니다. 열심히 마음껏 일하면 평가는 공정하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 하반기 사업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여전히 경기 회복이 더디고 금융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량기업 여신 증대 캠페인과 금융권 최초로 출시한 글로벌기업구매카드 활성화 등을 통해 사업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작년(세전 450억원)보다 현격히 개선된 9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이나 부동산 PF 부실 문제로 대형은행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수협은 어떤가요.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마련한 부동산 PF 리스크 모범규준에 따라 선제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할 계획입니다. 수협의 2분기 부실채권비율이 2.94%입니다. 잠재 부실을 적극 인식해 은행권 평균을 조금 상회합니다. 앞으로 매각이나 상각, 담보처분을 통해 회수, 정상화 등의 직접적인 부실채권 정리방안을 실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은행 대형화와 재편 논의가 활발합니다. 수협은행의 생존전략을 말씀해주십시오.

▶은행 규모가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경쟁력이 단순히 은행 크기에 달려있진 않다고 봅니다. 차별화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수협은행은 앞으로 해양 투자금융 부문 특화를 추진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을 겁니다. 지난 달 말 기준으로 선박금융(5055억원)과 항만SOC(1401억원) 등 6753억원의 해양 관련 대출 실적을 올렸습니다.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2001년 수협중앙회에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습니다. 협동조합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공적자금을 조기에 갚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3월 수협법 개정으로 정부에서 수협중앙회에 출연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위한 예산 반응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공적자금을 조기에 갚으면 어업인 지원기능이 강화되고 다양한 형태로 회원조합 구조조정 등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수산업의 자생력이 강화돼 수산 부문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도 절감됩니다. 이런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면 정부 입장도 바뀔 수 있으리라 봅니다.

-자체적인 공적자금 상환용 재원 마련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매년 인력과 조직을 지속적으로 감축하고 경비성 예산도 10% 이상 절감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정부 재정자금 지원과 연계해 모두 700억원 이상의 자체 상환 재원 마련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임원은 연봉의 20%, 직원은 급여의 3∼6%를 반납해 현재 33억원을 적립했습니다. 필요시 지도사업부문의 출자도 가능하게 돼 있구요. 보유 자산 매각 등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협은행을 분리 상장할 계획도 밝히셨는데요, 언제쯤 추진이 가능할까요.

▶수협은행을 수협중앙회의 자회사로 분리하려는 이유는 자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협동조합은 출자자 제한 등 여러 특수성으로 외부로부터 자유로운 자본조달이 불가능합니다. 자산성장을 못 하면 지속성장은 물론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선진 협동조합인 프랑스의 크레디아그리꼴처럼 자유로운 외부 출자가 가능한 체제로 변화가 필요합니다. '수협개혁위원회'에서도 수협은행을 자립 경영기반 구축을 위해 자회사로 분리해 특수은행으로 육성할 것을 권고했구요. 다만 자회사 분리는 공적자금 조기상환과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어민 지원이 축소될 것을 우려해 조합장들은 수협은행 분리에 반대하고 있는데요.

▶그런 우려가 있지만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매년 어민들에게 250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수협 브랜드 사용료나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식으로 제도적 장치를 해 놓는다면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사회공헌활동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3년도에 윤리경영을 선포했습니다. 이후 '푸른산타봉사단 발족'을 시작으로 '사랑해(海) 동전모으기 운동', 'One To One 운동' 등 다양한 봉사나눔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공익상품 판매기금을 어업인 복리 증진을 위해 출연하고 있습니다. 독도보전협회의 재정이 무척 어려운데 저희 수협은행에서 유일하게 독도 연구와 보존을 위해 매년 2500만원씩 후원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나요.

▶스트레스가 많습니다(웃음). CEO는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운동은 절대 안 거르지 않습니다. 출근 전 1시간30분 정도 아파트내 헬스클럽이나 집앞 동산에서 땀을 뺍니다. 주말에는 직원들하고 산에도 가고 테니스도 치구요. 운동이 건강 비결입니다.

-최근 읽으신 책 중에서 추천할 만한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얼마 전 승진한 직원들에게 '혼창통'을 선물했습니다. 성공과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과 실천적인 노하우를 담고 있는 책인데 책임자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우리 직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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