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회장의 무모한 도박, 수습 뒷전 재출국

라응찬 회장의 무모한 도박, 수습 뒷전 재출국

신수영 기자, 정진우
2010.10.12 12:15

라응찬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92,100원 ▲2,100 +2.33%)) 회장이 입국 4일 만에 다시 출국했다.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통보에 언론을 통해 '당장 퇴진 못 한다'는 입장을 밝힌 직후의 일이다.

해외 출장 뒤 중징계 통보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 조직을 추스르고 소명에 집중할 것이란 신한지주 안팎의 기대를 저버린 것. 라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도피성 출국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12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는 전날에 이어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논란 등으로 촉발된 '신한사태'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금감원이 라 회장의 차명계좌가 있었던 정황을 확인했음을 밝혔고, 증인채택 논란도 지속됐다. 라 회장에 대한 새로운 의혹도 속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할 라 회장은 막상 한국에 없다. 지난 밤 8시 경 인천공항을 통해 뉴욕으로 출국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통보로 일정을 취소했던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다시 이어가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신한지주 측은 "소명자료 등 국내 현안을 처리한 뒤 다시 해외 IR 출장을 계속하게 된 것"이라며 "최근 상황과 관련해 주요 해외투자자들이 신한금융그룹의 시스템과 펀더멘털 안정성에 대해 문의가 쇄도하는 등 직접 설명할 필요성이 매우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 회장이 해외 IR을 핑계로 국감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라 회장의 귀국 일정은 마침 국정감사가 모두 끝나는 오는 27일로 잡혀있다. 당초 예정됐던 귀국 일정에서 단 하루도 당겨지지 않았다. 라 회장은 지난 2일 출국 시에도 국감 증인 출석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려 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지주사에 대해 우리가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해외 IR이 전략상으로 매우 중요할 수도 있지만 석연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라 회장이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에 충실히 소명할 것임을 밝힌 뒤 하루도 안 돼 출국, 읍소냐 위협이냐의 갈림길에서 후자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이번 중징계 방침에는 소위 '신한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라 회장은 전날 언론과 만나 당분간 사퇴할 뜻이 없다며 경영공백을 막기 위해 최소한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라도 머물게 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릴 경우의 후폭풍에 대해 금융당국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금감원은 '오만하다'고 불쾌한 속내를 드러냈다.

각종 의혹에 대한 라 회장의 해명도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명계좌 존재를 알았고, 관행이었음을 실토하면서도 본인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해 책임을 비껴갔다.

라 회장이 중심을 잡아 줄 것으로 기대했던 신한지주 직원들은 허탈한 모습이다. 신한금융그룹 한 계열사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라 회장에 대한 의혹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명하러 온 줄 알았는데 또 갑자기 자리를 비우면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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