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라응찬 실명제 위반 감지하고도 '미적'

금감원, 라응찬 실명제 위반 감지하고도 '미적'

김익태 기자, 박재범
2010.10.12 12:02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신한은행 종합검사 당시 라응찬신한지주(92,100원 ▲2,100 +2.33%)회장의 차명계좌 운영 정황을 포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최소한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가능성을 감지했다는 의미다. 이는 그간 "검찰에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검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해 온 금감원 입장과 상충된다. 금감원이 라 회장의 차명계좌 검사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되는 이유다.

◇"작년 종합검사서 실명법 위반 확인"=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이 지난해 5월 신한은행 종합검사에서 이미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 여부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라 회장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간 자금거래와 관련, 20여 명의 금융거래 내역을 요구하는 정보제공 요구서를 신한은행에 발부했다는 것.

우 의원은 "신한은행 영업부 및 지점 직원 7~8명에 대해 검사반장이 직접 문답을 실시했고, 문답 후 신한은행은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확인서를 제출했다"며 "당시 검사반은 라 회장의 자금거래가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론내고 관련자로부터 문답서, 확인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조사받은 자는 라 회장의 지시로 금융실명 확인을 하지 않고 예금 개설 및 자금을 인출해 라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자백했다"며 "2005년 초 검찰 수사과정에서 금감원의 자금추적 최고 전문 검사역이 신한은행을 방문해 모든 자금거래를 정밀 조사한 후 신한은행이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무장관은 이 조사 내용을 근거로 국회에서 라 회장이 금융실명법을 위반했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명계좌 정황 파악했지만 검사 못해"=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12일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재차 따져 물었다. 이에 당시 검사반장이었던 안종식 금감원 실장은 "차명계좌가 일부 있었다는 정황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안 실장은 "작년 5월 신한은행 종합검사 당시 태광실업과 신한은행 간 부당대출 있었는지 자금 전반에 대한 조사를 했었다"며 "차명계좌가 일부 있었다는 정황은 있었지만, 검찰 수사 중이었고 원본서류가 검찰 압수 중이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장, 본부장 등 상급자에게도 검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종창 금감원장은 "작년 5월 안 실장이 검사 갔다 와서 검찰이 수사 중이어서 검사를 할 수 없었다는 보고를 들은 적은 있다"며 이를 확인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올해 4월부터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라 회장에 대한 실명제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금감원 검사를 촉구했지만, 수차례 "차명계좌 존재 여부는 물론 실명제법 위반 여부에 대해 검찰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검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올해 국회 법사위에서 문제를 제기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런 자료가 있으면 검찰이 알아서 통보를 해준다"며 "삼성 비자금 특검의 경우에도 검찰이 통보를 해서 바로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명계좌 얘기가 언론에 나온다고 해서 검찰에 요청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법부무 장관이 '금융당국이 요청하면 자료를 주겠다'는 발언이 있어 7월에 자료를 요청했고, 그걸 받아 바로 검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가·차명계좌가 1000개 "아는바 없다"= 김 원장은 전날 신건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아는 바 없다"며 부인했다. 신 의원은 "금감원 검사를 통해 확인된 라 회장의 가차명계좌가 모두 1000개가 넘고, 이를 개설하고 관리한 주체가 라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이백순 행장"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그러나 "이번 검사에선 검찰이 제공한 50억 원에 대한 자료만 갖고 실명제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며 "가차명계좌가 1000개라는 것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자금 관리를 이백순 행장이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또 신한은행이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일부 전표를 파기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전표 파기가 이번 실명법 위반 검사에 지장을 초래한 사실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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