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가 닮은 듯 다른 두 건의 대형 인수합병(M&A) 탓에 시끄러운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인수 주체와 피인수 물건은 각각 정해졌지만, 이해 당사자 사이에서 그동안 국내 M&A사(史)에서 볼 수 없었던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하나금융지주(123,300원 ▲2,400 +1.99%)와 현대그룹 얘기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현대그룹이 각각 외환은행과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양 측 모두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닮은 듯 다른 M&A, 시장의 평가는=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 내년 초 최종 계약을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로부터 자금조달과 계약과정 불투명성 등을 이유로 추궁 받고 있다. 하나금융은 의혹 해소에 여념이 없다.
현대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그룹은 우여곡절 끝에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조달과 관련, 의혹을 사고 있다. 출처가 미심쩍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그룹도 소명에 열심이다.
'깜짝 M&A'라는 측면에서도 닮았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은 당초 외환은행 인수와 거리가 멀어보였다. 업계는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M&A에 참여할 것으로 점쳤다. 현대그룹도 시장의 예상과 달리현대차(513,000원 ▼19,000 -3.57%)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업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다만 시장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시장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기고 있다. 반면 현대그룹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주가가 말해주고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추진 선언 이후 3만2100원(11월15일 종가)에서 4만3100원(12월10일 종가)으로 1만1000원(25%) 올랐다. 현대그룹 계열사(현대엘리베이(96,300원 ▼700 -0.72%)터,현대증권,현대상선(21,100원 ▲350 +1.69%)) 주가는 크게 빠졌다가 등락을 반복하는 등 출렁이고 있다.
◇하나금융, 자금조달 무난할 듯 =시장은 외환은행 노조와 달리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자금 마련에 별 어려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도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8일간 런던, 뉴욕 등을 방문하고 12일 귀국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워낙 많이 풀려 있어 자금 조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조달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 지가 관건"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사들이며 론스타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모두 4조6888억 원. 하나금융은 이중 절반은 내부유보자금으로 치르고, 채권시장과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25%씩 나머지 절반을 조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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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의 15.7%에 이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고려할 때 자본건정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부자금 조달은 무난할 것이라는 평가다.
1조2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채권발행조달 계획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시장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며 지난주 국고채 금리가 연 3% 밑으로 떨어질 정도로 시장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내달까지 모두 3번에 걸쳐 채권발행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그룹, 14일까지 소명여부 관심 =현대그룹은 지난달 16일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자금 출처와 관련, 의혹에 시달려왔다. 현대그룹은 지난 3일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받은 1조2000억 원에 대한 대출확인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 자료가 자금 출처를 명확히 규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 14일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현대그룹이 만일 이날까지 소명하지 못하면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주식 매각 양해각서(MOU)를 해지하지 못하도록 가처분 신청을 낸 터라 이번 매각 건은 자칫 소송전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료제출 시정 요구 시한인 14일까지 현대그룹의 자료 제출 여부와 내용에 따라 법률 검토 후 주주협의회 의결을 거쳐 향후 진행방향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