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 초대석] 민병덕 국민은행장 "하반기 리스크 관리에 만전, 중장기 규모 더 키워야"
"올해 보다 내년이 더 걱정입니다. 유럽발 위기는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만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글로벌 위기입니다."
지난 19일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을 여의도 본점에서 만났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그리스 등 유로존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불안감에 휩싸인 때였다. 민 행장과 인터뷰를 한 나흘 후 코스피지수는 1700선이 무너졌다.KB금융(145,900원 ▼6,300 -4.14%)주가도 올 들어 처음으로 금융위기 수준인 3만4000원대로 떨어졌다.

민 행장은 9월 추석연휴 내내 하반기 경영 구상만 했다고 한다. 그만큼 경영 계획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이야기다. 일단 올 하반기는 불안한 국내외 금융시장을 감안해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그렇지만 내년 전망에 대해서는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다. 글로벌 위기의 진정 국면에 따라 경영 전략이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 행장은 "금융위기가 오면 은행이 가장 먼저 치명타를 입는다. 외환위기 때도 그랬고,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고 했다.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과 유럽의 재정 우려는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직격타를 가하고 고스란히 은행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민 행장은 "올해 실적은 괜찮겠지만 내년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민은행을 '국내 최고, 아시아의 최고 은행'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민 행장의 의욕은 여전했다. 당장 조만간 산업단지 내에 특화된 기업밀착형 점포를 신설, 소매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기업금융 강화에 고삐를 죌 계획이다.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는 "무턱대고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가서 돈 되는 장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복안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민 행장은 국민은행의 지난 10년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은행장들이 외부에서 오고 리테일(소매금융) 은행들 위주로 합병이 이뤄지다 보니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민 행장은 "글로벌 뱅크에 비해 아직은 턱없이 규모가 작다"며 "개인, 소호, 중소기업, 대기업 등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몸집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로존 붕괴 우려 등 세계 경제가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나.
▶ 글로벌 경기침체가 얼마만큼 확대될 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걱정되는 것은 미국보다 유럽이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는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정치적인 사안이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원천적인 봉합은 힘들 것으로 본다. 국내까지 어려움이 확산될까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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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화 차입 상황은 어떠한가.
▶ 지금은 어렵지 않다. 조달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연말까지 시장 환경이 점점 더 안 좋을 것으로 본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올라가고 있다. 그리스 사태 이전인 지난 7월 낮은 금리로 외화공모채권 3억 달러를 발행하는 등 현재 외화 여유자금이 15억 달러에 달한다. 이미 확보된 커미티드 라인(Committed Line. 단기 마이너스 대출 성격의 외화차입 한도) 2억 달러를 포함하면 연말까지 5억 달러 이상의 커미티드 라인을 설정해 여유자금을 20억 달러 내외로 유지할 생각이다. 만기도래 이전에 사전적으로 중장기 자금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 하반기 영업 전략은 무엇인가.
▶ 리스크 관리다. 리스크 전문가를 부행장으로 영입한 것도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다. 연체율의 경우 가계는 조금 증가했지만 관리하고 있어서 적절한 수준이다. 소호(Soho)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중소기업이 금융위기 때 타격을 많이 받았다. 지금 진정되기는 했지만 금융위기가 지속되면 힘들어 질 수 있다.
- 기업금융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문을 닫으면 비전 있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사장될 수 있다. 그런 기업들을 잘 찾아내서 지원할 것이다. 기업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요 산업단지 내에 기업밀착형 점포를 신설할 생각이다.
- 현재 가계부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해결 방안은.
▶가계부채는 가구당 5421만원, 1인당 1789만원으로 우려할 수준이다. 금리상승 기조나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인해 신용경색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어 비은행 금융회사는 물론 은행들의 신용위험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 최근 소비자들의 금융거래행태를 보면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복수거래가 심화되면서 다중채무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수요자 중심의 적절한 유동성 공급 등 가계부채 문제를 위한 금융권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도 리스크관리 강화 등 단계적인 부채조정이 중요하다.
- 유럽위기 때문이지만 주가가 너무 떨어졌다.
▶ 은행은 금융위기 때 가장 치명타를 입는다. IMF(외환위기) 때도 그랬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그랬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 빨간 넥타이를 매고 있다. 넥타이를 보면서 결의를 다진다. 올해 실적은 예상대로 갈 것 같다. 내년이 문제다. 유럽 위기가 얼마만큼 진정될지 등을 보면서 경영계획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국내 경기가 침체되고 물가가 올라가면 서민들이 타격을 입는다. 은행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중장기 목표가 아시아 금융을 선도하는 글로벌뱅크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지주 차원에서 인력 자체 양성과 외부 영입, 인프라 구축, 어떤 비즈니스로 시장을 공략할 지 등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현재 지점이 3개 있다. 내년에 법인 인가가 나면 현지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지화가 어렵지만 복안을 다 가지고 있다. 자체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별로 연수도 많이 시키고 있다. 인력을 채용할 때 해외진출을 생각하고 뽑는다. 해외진출은 잘 살펴보면서 가야 한다. 가서 돈 되는 장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다른 은행에 비해 지난 10년 동안 성장 속도가 더딘 것 같다.
▶ 10년 전에는 확실한 리딩뱅크(선도은행)였는데 지금은 다른 은행에 비해 뒤지는 면이 없지 않다. 그동안 행장들이 외부에서 왔다. 성장보다는 내실로 갔다. 리테일 은행 간의 통합을 하다 보니 중첩되는 부분이 많아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글로벌 뱅크에 비해 아직 턱없이 규모가 작다. 더 불려야 한다. 내실을 다져가면서 중소기업, 소호, 대기업 등 포토폴리오 관리를 통해 키워 나갈 것이다.
- 작년에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추가로 구조조정을 할 계획은.
▶ 구조조정이 아니라 '희망퇴직'이다. 충분한 예우를 갖춰서 무리 없이 마무리했다. 타행보다 인원이 많기는 하다. 리테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 되고 있어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계획은 없다. 다만 적정인원을 고려해 직원을 채용하는 등 수급을 맞춰갈 생각이다. 또 '상시퇴직제도'를 활성화해 원하는 사람에게는 기회를 줄 것이다.
- 고졸채용은 정책적인 판단인가.
▶ 그렇지 않다. 고졸채용은 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뽑을 계획이다. 은행은 고학력자가 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고졸자가 들어와도 충분히 텔러 등의 업무는 할 수 있다. 과거에 고졸자를 뽑았는데 요즘에는 대부분 대학진학을 하더라. 고졸자들이 취업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이 안 되면 고졸자 인력 풀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